시리아 대선 ‘민주주의 흉내’

입력 2014-06-04 03:20 수정 2014-06-04 03:28
4년째 내전 중인 '중동의 화약고' 시리아에서 3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처음으로 복수 후보 등록이 허용됐지만 바샤르 알아사드 현 대통령이 압도적 지지율로 연임될 것이 확실시되면서 '민주주의 흉내'에 불과하다는 국제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시리아 국영 사나(SANA) 통신 등은 오전 7시부터 1580만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전국 9601곳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알아사드는 사상 첫 경쟁선거에서 승리해 통치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내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30년간 시리아를 철권통치한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의 사망으로 2001년 권력을 이양 받았고, 대통령이 된 이후 첫 연임 선거였던 2007년 국민투표에서는 복수 후보가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 맞붙는 마헤르 압델 하피즈 하자르 후보와 하산 압둘라 알누리 후보는 사실상 들러리에 불과하다. 하자르는 의원이 2명뿐인 공산당 소속 의원이었고 미국 유학파인 알누리는 14년 전 2년간 개발담당 장관을 지낸 경력이 전부다. 실제 선거운동 기간 동안 시리아 국영 언론에서 다른 두 후보의 이름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또 개정된 선거법이 '최근 10년 이상 시리아 거주'를 후보 자격으로 명시해 외국에서 활동하는 반정부 인사들의 입후보를 원천 차단했다.

특히 정부군이 장악한 지역에만 투표소를 설치하면서 반군 통제 지역의 주민 수백만명은 투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터키 소재 반정부단체 연합체인 시리아국민위원회(SNC) 아흐마드 자르바 의장은 "이 선거는 시리아 국민의 피로 쓴 연극"이라며 합법성을 부정했다. 칼리드 샬레 SNC 대변인도 "이번 선거에 정당성이 없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으며 유일한 의문은 알아사드의 득표율이 99.8%일지, 99.9%일지다"라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정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