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페두사 비극 막자”… 아프리카에 난민수용소 추진

입력 2014-06-04 03:20 수정 2014-06-04 03:28
'유러피언 드림'을 꿈꾸며 유럽으로 가다 배가 침몰하면서 떼죽음을 당하는 비극을 막기 위해 유엔난민기구(UNHCR)가 아프리카에 난민수용소를 만드는 방안을 처음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난민 보호 차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유럽 대륙에 지나치게 많은 아프리카 난민이 몰려오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시각도 있다.

UNHCR이 난민캠프 설치 후보지로 꼽는 곳은 리비아를 비롯해 이집트, 수단 등이다. 리비아는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이 유럽으로 가는 관문으로 통한다. UNHCR이 인권침해 논란에도 이런 안을 추진하게 된 것은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으로 유입되는 난민 숫자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계속해 난민이 늘고 이들이 탄 선박이 자주 침몰하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해안에서 난민을 태운 배가 침몰해 17명이 사망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이탈리아 람페두사섬 인근에서 에리트레아와 소말리아 출신 난민 500여명이 탄 선박이 가라앉아 366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1인당 5000유로(약 700만원)라는 벌금에 추방까지 당하는데도 난민은 몰려들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난민 문제는 경제위기와 반(反)이민정서와 맞물려 이미 EU에서는 민감한 현안이 됐다.

EU국경관리청(Frontex)은 올 4월까지 4만2000명의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려고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2만6500명이 리비아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3362명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늘었다. 지중해를 비롯해 다른 7개 통로를 통해 들어온 불법 이주민 수는 올해만 6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UNHCR의 방침에 인권단체들은 비인도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모로코와 리비아 등과 같이 인권과 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나라에서 마음대로 난민이 법률적 처분을 받게 되는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가는 환영하는 눈치다. 그리스는 다음 달로 예정된 유럽정상회의에서 난민보호소 설치와 함께 국제적인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지중해를 정기적으로 순찰하는 방안 등을 제안할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탈리아 마테오 렌치 총리는 "이탈리아 정부가 난민 어머니에 아들까지 구하기에는 너무 벅차다"며 "유럽은 난민 문제를 이탈리아에만 맡겨놓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탈리아 당국은 3일 난민의 밀항에 관여한 튀니지인 5명과 모로코인 1명, 시리아인 1명 등 7명을 체포했다.

빈센트 코체텔 UNHCR 유럽 담당관은 "국경을 통제하기보다 안전한 길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유럽 외 지역에 수용소를 설치하는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