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은 한창 고성장을 구가하던 2007년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됐다. 잘나가는 신흥국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그러나 브라질은 2011년 지우마 호세프 정권 출범 이후 저성장의 늪에 빠졌고, 12일(현지시간) 개막되는 월드컵도 브라질 경제를 회복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로이터 통신은 경제학자들의 예측을 취합해 보니 이번 월드컵은 브라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껏해야 0.2% 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최근 보도했다. 브라질 경제는 2010년 7.5% 성장했으나 이후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돼 2011년 2.7%, 2012년 1.0%, 지난해 2.3%에 그쳤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성장률을 1.8%로 예상했다. 월드컵을 여는데도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떨어진다는 뜻이다.
브라질 경제단체 소속 파비오 벤테스 박사는 “월드컵을 개최할 수 없다면 브라질 경제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며 “그렇다고 이번 대회가 수렁에 빠진 경제를 구해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월드컵이 경제성장률을 0.5% 포인트 이상 진작시키고 일자리도 50만개나 늘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기대감은 우려로 바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월드컵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가 미미하고 단기에 그칠 것이며, 월드컵이 브라질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으니 성장 증대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호세프 정부는 4% 성장을 목표로 저금리·저환율 정책을 폈으나 성장률은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율은 높아졌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인플레 압력을 견디지 못해 기준금리를 연 11%까지 올렸다.
월드컵 개최에 따른 가시적인 경제 효과가 미미하더라도 국가 이미지 제고와 같은 계량할 수 없는 성과를 많이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브라질의 대회 준비 부족 실태와 불안한 치안은 오히려 국가 이미지 훼손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기반시설이 마련되지 않는 가운데 사회적 소요가 반복된다면 월드컵 개최국으로서의 잠재적 혜택을 거의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2한일월드컵 개최로 4조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돼 0.74% 포인트의 GDP 상승 효과를 얻었다. 독일은 2006년 월드컵 개최로 GDP가 0.3% 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독일의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적은 수치가 아니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최가 그 나라에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아르헨티나와 멕시코는 월드컵을 치른 해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88서울올림픽 때처럼 개최 이후 과도한 물가 상승을 겪기도 한다. 또 많은 나라가 경기장 건설에 막대한 지출을 한 뒤 수익을 얻지 못하고 적자에 시달린다. 박광우 카이스트 교수는 “아테네올림픽에 대한 과잉 투자가 유로존을 일대 수렁에 빠트린 그리스 재정위기의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지구촌 축구 축제, 브라질 경제 구원할까… 6월 12일 개막하는 월드컵의 경제학
입력 2014-06-05 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