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배구조 개편 급물살] 삼성 지배구조 개편 경영권 승계 가속화

입력 2014-06-04 02:59 수정 2014-06-04 03:28
삼성 오너 일가는 여러 개의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바탕으로 삼성그룹을 지배해 왔다. 그동안 순환출자 구조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3세로 경영권을 옮기는 과정에서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배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치명적 약점이 노출됐다. 이 때문에 삼성은 순환출자 해소, 지배구조 개편에 골몰했다.

삼성은 지난해 9월 사업구조 개편 명목의 ‘정지작업’에 들어갔다. 복잡하게 얽힌 계열사 간 지분 관계를 정리해 조만간 있을 지배구조 개편에 대비한 것이다. 그리고 9개월 만에 사업구조 개편의 정점을 찍는 삼성에버랜드 상장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는 정지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음을 알리는 신호인 동시에 지배구조 개편을 시작한다는 선언이다.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의 막이 올랐음을 의미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지분율 25.10%)다.

삼성에버랜드는 3일 이사회를 열고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이달 중으로 주관사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추진 일정과 공모 방식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오전 7시 서울 세종대로 사옥에서 열린 이사회는 30분 만에 상장을 의결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상장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라며 “이 회장도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기 전인 지난 4월 상장 계획을 보고받고 재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불필요한 잡음이 없도록 이 회장의 병세가 안정될 때까지 발표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회장의 건강 등을 고려해 전반적인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에버랜드 상장의 표면적 이유는 투자재원 확보다. 삼성에버랜드 측은 “사업 경쟁력을 조기 확보해 글로벌 패션·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파괴력이 큰 이슈를 담고 있다.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를 상장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회사 체제로 가겠다는 공개 선언이다. 또 경영 승계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비상장사인 삼성에버랜드 주주는 재무적 투자자인 KCC를 제외하면 대부분 계열사이거나 오너 일가다. 이 회장, 이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의 지분이 50%에 육박한다.

이 부회장은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주당 7700원에 사들였다. 당시 매입 금액은 48억3000만원이다. 상장에 따른 지분가치는 1조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다만 경영권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 부회장 소유 삼성에버랜드 지분은 일부라도 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