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배구조 개편 급물살] 삼성그룹株 일제히 환호… “힘 떨어진 코스피 藥 될 듯”

입력 2014-06-04 02:59 수정 2014-06-04 03:28
삼성SDS에 이어 삼성에버랜드도 상장을 추진함에 따라 국내 증시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증시 영향력이 막강한 삼성그룹 종목의 강세는 코스피지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배당 증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 친화적 정책이 나와 삼성 계열사들 주가가 호조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에버랜드 상장 추진 소식에 삼성그룹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자 코스피지수가 이틀째 상승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6.56포인트(0.33%) 오른 2008.56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외국인이 ‘팔자’로 돌아서면서 2000선 밑으로 떨어졌지만 삼성그룹주의 호조가 지수를 다시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1.03% 상승한 147만원에, 삼성카드는 4.82% 오른 4만250원, 삼성물산은 4.66% 오른 7만6400원에 거래됐다. 삼성카드와 삼성물산은 장중 각각 52주 신고가인 4만1500원, 7만7400원까지 올랐다. 제일모직은 4.07%, 삼성SDI 4.29%, 삼성생명 3.94%, 삼성증권은 2.07% 상승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에버랜드 2대 주주인 KCC의 주가도 치솟아 10.92% 오른 66만원에 마감됐다. KCC는 지난달 삼성SDS 상장 계획이 발표됐을 때도 주가가 급등했다. KCC 정몽진 회장 일가는 에버랜드 상장 뒤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에다 KCC 지분 가치 상승분까지 감안하면 2조원이 넘는 큰돈을 쥐게 됐다.

삼성 계열사가 지분을 가진 기업들도 코스닥시장에서 강세를 보였고, 장외주식을 중계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에버랜드 주식을 주당 200만∼240만원에 사겠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하지만 에버랜드 주식 대부분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자녀와 그룹 계열사가 갖고 있어 거래가 쉽지 않다.

증시 전문가들은 에버랜드가 상장되면 시가총액이 최고 9조1000억원, 주가는 최고 365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한금융투자 송인찬 연구원은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서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고 기업가치 상향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SDS와 에버랜드가 계획대로 상장되면 이재용 부회장은 주식부자 순위 16위에서 3위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이 부회장의 3개 상장사(삼성SDS·에버랜드·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4조원대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아버지 이건희 회장(지난해 말 기준 11조6000억원대)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6조7000억원대)에 이어 3위가 된다. 이 부회장이 1996년 에버랜드 주식을 매입한 단가는 주당 7700원(48억3000만원)이다. 에버랜드의 현재 장외시장 주가가 200만원을 훨씬 웃도는 것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의 투자수익률은 최소 260배다.

에버랜드의 상장 주관사를 맡으려는 증권사들의 경쟁도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수백억원대의 상장 수수료 수입에다 회사 평판 제고 효과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SDS 등 다른 삼성 계열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국내외 증권사 2∼3곳이 대표 주관사로 선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