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전기밥솥 사재기 엊그제 같은데… 국내 밥솥 해외진출 급물살 中·동남아서 인기몰이

입력 2014-06-04 02:59 수정 2014-06-04 03:28

‘입국장에 쌓이는 일제 밥통’ ‘일제 밥통 싹쓸이 쇼핑’ ‘전기밥솥 통관 않기로’···.

1980년대 전기밥솥의 대명사는 코끼리밥솥이었다. 1981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된 후 “3일이 지나도 군내가 안 난다”는 입소문을 타며 일본 방문 시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품목으로 떠올랐다. 일본 단체방문객을 중심으로 코끼리밥솥을 싹쓸이하다시피 구입하는 경우가 늘면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국내 전기밥솥 시장은 국내 업체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쿠쿠전자와 리홈쿠첸이 국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밥솥이 중국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몇 년 전부터 한국을 방문하는 요우커(중국 관광객)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1980년대 초반 일본에서 나타났던 풍경이 한국 면세점 등에서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밥솥 업체들의 해외 진출 지역 역시 확대되고 있다. 쿠쿠전자는 홍콩과 마카오에서 쿠쿠밥솥 판매를 시작했다고 3일 밝혔다. 진출 이후 유명 전자유통대리점 등을 포함해 백화점, 브랜드숍의 유통망을 확보해 앞으로 이 지역 56개 매장에 입점할 계획이다. 죽과 찜요리를 즐기는 현지 취향을 반영해 다양한 압력요리를 할 수 있는 ‘멀티 쿠커’ 제품도 이달 중 선보인다.

2003년 중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 쿠쿠전자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끝에 ‘프리미엄 밥솥’ 브랜드로 입지를 다져왔다. 현지에서 ‘푸쿠(福庫·복을 쌓아두는 창고)’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쿠쿠 제품은 중국어 음성 안내 기능이 탑재된 모델 등도 출시했다.

쌀 문화권인 베트남 미얀마 등에도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현지 제품에 비해 3배 정도 비싼데도 인기를 끌고 있다.

리홈쿠첸도 2012년 7월 중국 업체와 총판계약을 맺고 중국에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총판을 통해 홍콩과 마카오 지역에서도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중국 국영면세점 CDFG와 가전 브랜드 최초로 입점 계약도 체결했다.

중국 등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지만 과제도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 제품군에서 시장 우위에 있는 일본 브랜드와 경쟁을 하기 위해선 가격이나 기술에서 우위를 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