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업계 1위 삼표, ‘철피아’ 앞세워 궤도공사 독점 가능성

입력 2014-06-04 02:59 수정 2014-06-04 03:28

‘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호남고속철도 공사 과정에서의 각종 불법 행태를 파헤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공사를 발주한 한국철도시설공단 고위층과 부품 납품업체 간 유착과 로비 의혹, 도급 업체들의 ‘공구 나눠 먹기’ 정황 등이 이미 상당수 포착됐다. 당시 공사에 참여한 업체 대부분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가격 조작으로 담합 의혹=철도시설공단은 2012년 6월 호남고속철도 오송∼익산 구간(1공구)과 익산∼광주송정 구간(2공구)의 궤도부설 공사 입찰을 실시했다. 1공구는 예정가격 대비 89.03%인 1316억원7000만원을 적어낸 궤도공영 컨소시엄(궤도공영·대륙철도·삼동랜드·포스코엔지니어링)이, 2공구는 예정가격의 89.48%인 1716억6490만원을 쓴 삼표이앤씨 컨소시엄(삼표이앤씨·삼표건설·화성궤도·천운궤도)이 각각 공사를 따냈다. 이들은 1단계 저가 심사를 통과한 뒤 2단계 저가 심사 없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검찰은 당시 입찰 전 업체들 간에 투찰 가격을 조율했다는 단서를 확보했다. 사전에 공사를 맡을 업체와 들러리 업체를 정해 놓은 뒤 가격을 조작해 입찰에 참여했다는 뜻이다. 4대강 사업건설사들이 했던 담합 행위와 구조가 비슷하다.

검찰은 각 컨소시엄의 지분 50% 정도를 갖고 있던 궤도공영과 삼표이앤씨가 이를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영장을 발부받아 지난달 28일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 대부분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을 당한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뿐 아니라 고속철도 궤도 공사에 관여한 업체가 모두 걸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업계 1위인 삼표이앤씨 측이 철피아를 앞세워 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하는 각종 궤도 공사를 독점했을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삼표이앤씨는 2012년 전 철도청장이자 1대 한국철도공사 사장을 지낸 신모(현 부회장)씨를 영입하는 등 임원 상당수가 철도청·철도시설공단 등 철도 관련 공기업 출신이다.

◇비리 사슬은 관피아가 주도?=검찰은 호남고속철도 1·2공구 공사에 필요한 레일체결장치 등의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 김광재(58) 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부당 개입한 혐의도 확인 중이다. 두개의 공구에 시공될 레일체결장치의 납품 규모는 5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이사장이 2012년 8월 독일 보슬로 제품 수입업체인 AVT 이모 대표로부터 부당한 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것으로 의심한다. 김 전 이사장이 최모 공단 궤도처장과 공모해 경쟁 업체인 P사를 ‘아무런 근거 없이’ 공사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실제 철도시설공단은 같은 달 산하 호남본부와 충청본부에 ‘P사가 자재 공급업체로 참여하지 못하도록 배제할 것을 요청한다’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AVT와 영국계 P사는 국내 레일체결장치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P사는 이에 반발해 법원에 ‘사업참여 배제 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도 냈지만 기각됐다.

지호일 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