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국민의 선택-4대 관전 포인트] 광역 절반이 초박빙… 간발의 차로 완승·완패 엇갈릴수도

입력 2014-06-04 02:30 수정 2014-06-04 03:28
6·4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3일 우산을 받쳐 든 한 시민이 서울 종로구 율곡로의 한 건물 외벽에 설치된 서울시장과 서울시 교육감, 종로구청장, 서울시의원, 종로구의원 후보자들의 선거벽보를 쳐다보며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6·4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의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승리한 정당은 정국 주도권을 쥐고, 패배한 정당은 책임론을 둘러싸고 내분에 휩싸일 게 분명하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선거라는 점에서 ‘정권 중간평가’가 될 것이란 점도 피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승리한다면 박근혜정부에 대한 ‘재신임’ 의미가 강하다.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더욱 힘이 실리고 대대적인 국가 대개조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긴다면 ‘정부 심판론’ 기세가 등등해지고, 정국의 추가 급속히 야권으로 이동해 박근혜정부가 조기 레임덕을 우려할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선거전을 마친 여야는 초조한 심정으로 성적표를 기다리고 있다.

①접전지 승패=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중 최대 8곳이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초박빙 대결을 펼치고 있다.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과 대전·세종·충북 등 충청권, 부산과 강원에서 혈투가 이어졌다. 거기다 광주는 기이한 형태의 ‘야·야’ 간 한판승부가 펼쳐졌다. 이런 ‘깜깜이 선거’는 처음이라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여야는 17개 광역단체장 중 과반인 9곳 이상의 승리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희망사항일 뿐이다. 자칫하다간 1∼3% 포인트 간발의 차로 접전지역을 석권하거나 다 놓치는 ‘완승 또는 완패’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

새누리당은 대구·울산·경북·경남·제주 5곳을 안정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여기에다 부산·대전·세종·경기·강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면 9곳에서 이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서울과 인천, 충남에서의 역전 드라마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서울과 충남·전북·전남을 확실한 우세지역으로 꼽았다. 광주와 인천도 승리 가능성이 높은 백중 우세로 분류했다. 승부처로는 부산·대전·세종·경기·강원을 꼽고 있다. 우세를 보이는 6곳에다 승부처 5곳 중 3곳 이상에서 이기는 게 새정치연합 목표다.

전체 판세도 중요하지만 여야 모두 빼앗길 수 없는 지역이 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부산을 잃을 경우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다. 새정치연합은 광주 수성이 중요하다.

②세월호 표심=세월호 참사가 새누리당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데 이견은 없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 이후 우세였던 지역은 박빙 혼전으로, 혼전이었던 지역은 열세로 각각 추락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 지용근 대표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세월호 참사의 분노는 이미 반영됐다”면서 “혼전 지역은 이제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지지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숨어 있는 보수표’의 존재 여부도 세월호 표심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관심사다. 특히 통합진보당 일부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잇따른 사퇴가 부동층으로 이탈했던 보수층의 회귀를 이끌어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부분을 놓고서는 여론조사 전문가들 의견도 조심스럽게 엇갈린다. 지 대표는 “이미 의견이 다 반영됐기 때문에 숨어 있는 보수표는 없다고 보는 게 맞는다”고 했다. 그러나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분노가 보수층을 중심으로 조금 누그러졌다”면서 “지역에 따라 일부 숨어 있는 보수표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③세대별 투표율=세월호 참사 여파에다 연휴를 끼고 있어 이번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전국 단위 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사전투표 참여율이 예상보다 높은 11.49%를 기록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번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과거 평균보다 5% 포인트 정도 높은 60% 안팎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하지만 투표율이 높으면 야권에, 낮으면 여권에 유리하다는 정치권 통설은 지난 대선에서 깨졌다. 당시 투표율이 75.8%로 비교적 높았지만 50대 이상 장·노년층의 집중 투표로 박 대통령이 당선됐다.

장·노년층은 여당 지지, 청·중년층은 야당 지지라는 투표 현상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여실히 드러날지 지켜야 봐야 할 대목이다. 이번 사전투표에서도 20∼30대(12.56%)와 50대 이상(11.32%)의 투표율은 팽팽했다. ‘낀 세대’로 표현되는 40대의 표심이 이번 지방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④뜨는 인물, 지는 인물=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대권 잠룡들이 대거 출전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정몽준 남경필 홍준표 원희룡 후보가, 새정치연합에서는 박원순 송영길 김부겸 안희정 후보가 대권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시·도지사는 대권 후보 반열에 점프할 수 있다.

출마는 안했지만 지방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는 정치인들도 있다. 새누리당이 패배한다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 쇄신파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표 자리를 놓고 맞붙을 서청원 김무성 의원도 이번 지방선거가 중요하다.

새정치연합이 패배할 경우 안철수 공동대표의 위기론이 확산될 수 있다. 문재인 의원과 손학규 상임고문의 당내 파워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