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입양기관, 미혼모 시설 운영 못한다는데] “미혼모에 양육 대신 입양 선택 조장”

입력 2014-06-04 02:30 수정 2014-06-04 03:28
입양기관이 미혼모 복지시설을 함께 운영할 수 없도록 한 법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두 시설을 함께 운영하면 미혼모가 자녀양육보다 입양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입양을 조장하게 된다는 취지다. 하지만 미혼모가 입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도외시한 채 입양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은 편견이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헌재는 홀트아동복지회와 대한사회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가 ‘한부모가족지원법 20조 4항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5(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한부모가족지원법은 입양기관을 운영하는 자는 미혼 모자(母子) 가족복지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없도록 2011년 4월 개정됐다. 입양기관은 기존에 운영하던 미혼모 시설을 2015년 7월부터 다른 시설로 전환하거나 폐쇄해야 한다. 미혼모 시설을 운영하던 입양기관들은 2011년 7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합헌 판단을 내린 5명의 재판관은 “입양을 권유할 가능성이 큰 입양기관이 미혼모 시설을 함께 운영할 수 없도록 해 미혼모에 대한 부당한 입양 권유를 방지할 수 있다”며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봤다. ‘국가는 모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정신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실제 입양기관이 운영하는 미혼모 시설에서 자녀를 출산한 미혼모들이 입양을 선택하는 비율이 3배 이상 높다는 국회 입법자료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미혼모를 직접 대면하는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입양기관들은 현재 전국 33개의 미혼모 시설 중 16곳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홀트아동복지회가 운영 중인 미혼모 복지시설 고운뜰 조선미 원장은 “미혼모 시설 절반이 사라지게 되면서 미혼모 복지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미혼모가 자녀 양육을 선택하는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헌의견을 제시한 4명의 재판관(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조용호)들은 입양기관들이 오랜 기간 입양 및 미혼모 복지 사업을 운영하면서 쌓아온 전문적인 인프라와 노하우가 사장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관 4명은 또 “미혼모가 자녀 양육을 포기하고 입양을 선택하는 것은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지원부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입양문제는 미혼모가 스스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여건을 마련해 해결할 일이지 입양기관이 미혼모 시설을 운영할 수 없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반론이었다. 오히려 미혼모들에게 입양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으면 아동 복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