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은행비중 49.7% 그쳐

입력 2014-06-04 02:59 수정 2014-06-04 03:28
가계대출 중 은행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아래로 내려앉았다.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저치다. 가계빚(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이 1000조원을 넘어서며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마당에 가계부채의 질마저 떨어져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전체 가계대출(967조5536억원) 중 은행 대출은 481조2805억원으로 49.7%에 그쳤다. 한은이 가계신용 통계를 처음 편제한 2002년 53.3%였고, 집값 상승으로 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 영업을 강화했던 2006년 말 60.1%까지 올랐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와 정부의 잇따른 가계부채 억제 정책에 은행이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지난해 말 가계대출 가운데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50.5%로 떨어졌다.

은행의 건전성은 좋아졌지만 심사 기준 강화로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저신용자나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으로 내몰리고 있다. 저축은행, 상호금융사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비중은 빠른 증가 추세다. 전체 가계대출 중 이들 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말 13.2%였으나 올해 3월 말 21.6%까지 높아졌다.

최근 금융 당국이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를 낮추겠다고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시중은행보다 훨씬 높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30.4%였다. 반면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예금은행의 금리는 지속적으로 낮아져 지난 4월 예금은행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금리는 연 4.04%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6년 이래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제2금융권 부채 증가는 가계부채의 질이 나빠졌음을 의미한다.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저소득·저신용자들은 큰 타격을 입는다. 또 경기가 호전되지 않을 경우 이들이 대부업체 등 비제도권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

한은은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은행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자금 공급을 제한하면 가계와 기업의 비은행 금융기관 의존도가 커져 더 높은 금융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은행의 자금 중개기능이 저하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