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미국 정부의 중·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 배치 추진에 대해 미국 측의 공식 요청이 있으면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간 누차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던 정부가 입장을 바꿔 '검토'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어서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3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의 '미국 당국에 (한반도에) 사드 전개(展開)를 요청했다'는 발언에 "미 국방부 내부에서 검토 중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한테 공식 협조 요청이 오면 정부 차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공식 요청 이후 내용과 조건을 검토할 수 있다"며 "아직 협조 요청이 오지는 않았다"고 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는 "상층방어 체계인 사드를 고려치 않고 있다"고 단언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주한 미군이 자체 방어용 무기를 가져온다는 것으로 협조 요청이 오면 검토하겠다는 취지"라며 "현재로서는 (사드) 구매 의사가 없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에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의 핵심수단 가운데 하나가 도입되는 것 자체가 민감한 이슈이고, 향후 주한 미군의 인수 요구가 나올 수도 있어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포럼 조찬강연에서 "(사드 전개를) 미국 측이 추진 중이고 내가 개인적으로 요청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사전 조사가 이뤄진다는 식으로 묘사됐지만 검토 정도로 보는 것이 맞다"며 "한국과 공식 토의가 없었던 만큼 검토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사드는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지대공(地對空) 요격미사일로 40∼150㎞ 상공에서 적 미사일을 타격할 수 있다.
우리 군도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차원에서 요격고도 40㎞ 이상 미사일(L-SAM)을 독자개발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미국이 사드 구매를 압박할 경우 충돌이 예상된다.
또 사드 1개 포대는 X-밴드 레이더의 일종인 TPY-2와 한 세트다. 중국은 이 레이더가 배치되면 자국 영토가 감시받게 되며 한국이 사실상 미국 MD에 포섭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드 전개 뒤 MD체계로의 변화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사드 한국 배치, 미국측 공식요청 오면 검토” 국방부 “사드 고려없다” 방침서 돌연 입장 선회
입력 2014-06-04 02:59 수정 2014-06-04 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