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전은 야당의 ‘신당 창당’으로 막이 올라 여당의 ‘도와주세요’ 1인 유세로 끝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는 비극의 절정과도 같았다. 길다면 길었던 선거전은 엎치락뒤치락 여야 간 초박빙 경합 양상이다. 선거의 최후 결말은 ‘관객’이자 ‘주연’인 유권자의 손에 달려 있다.
◇야당, 전격 신당 창당…3자에서 양자구도로=6·4지방선거는 ‘D-120’이던 지난 2월 4일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막이 올랐다. 본격적인 전개는 3월 2일 옛 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인 새정치연합의 전격적인 신당 창당으로 시작됐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은 휴일 오전 기습 선언을 하면서 선거 구도를 뒤흔들었다. 3자 구도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던 대다수의 전망을 뒤집은 대반전이었다. 바로 직전까지 ‘낡은 양당’을 비판했던 안 위원장은 이제 제1야당의 공동대표가 돼 정부·여당 심판을 외치고 있다.
여야는 3월부터 광역단체장 후보를 확정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이 먼저 광역단체장 후보를 확정하면서 선거전을 이끌어갔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갑작스러운 창당 후유증으로 내부 몸살을 앓았다. 우선 안 대표가 주장해 온 기초선거 무공천이 4월 10일 전당원 투표를 통해 공천으로 뒤집혔다. 안 대표가 새 정치의 상징으로 내세웠던 기초선거 무공천이 번복되면서 당 지지율은 급락했다. 거기다 기초연금안 통과를 두고도 당내 분란에 휩싸였다. ‘안철수 효과’가 사라지고 ‘도로 민주당’이 됐다는 말이 나왔다. 야권의 지방선거 참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세월호 참사에 국민 분노…수세에 몰린 정부·여당=4·16 세월호 참사는 지방선거 구도를 단번에 뒤엎었다. 300명이 넘는 희생자에 대한 미안함, 단 한명도 구하지 못한 정부·여당에 대한 분노,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에 대한 혐오로 민심은 폭발했다.
특히 구조 실패와 사후수습 과정에서의 무능·무책임을 보인 정부에 대한 분노가 들불처럼 일어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소극적·간접적 사과도 한몫을 했다.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면피성 발언이 청와대 고위인사의 입에서 나오기도 했다. 대통령 지지율은 급락했다. 결국 지난달 19일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눈물로 사과했다. 해경 해체 등 충격 처방도 내놨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권 핵심인사들이 옷을 벗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4월 27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이어 지난달 22일 남재준 국정원장,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경질됐다. 침몰하던 여권은 구원투수로 ‘국민검사’ 안대희 전 대법관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세웠다. 하지만 안 전 후보자도 전관예우 문제로 맥없이 무너졌고 결국 6일 만에 전격 사퇴했다.
세월호 앞에서 어느 누구도 ‘선거’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웠다. 이후 역대 가장 조용한 선거전이 됐다. 참패 위기에 몰린 여권에선 ‘겸손’ ‘용서’ ‘죄스럽다’는 말이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여파는 여전히 현재진행 중이다. 선거를 하루 앞둔 3일은 세월호 참사 49재였다.
◇‘박 대통령을 도와 달라’ VS ‘국민을 지키자’, 막판엔 결국 네거티브로=새누리당은 선거를 눈앞에 둔 지난달 말 이후 ‘읍소 1인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청원·김무성 의원, 윤상현 사무총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손으로 ‘도와주세요’라고 쓴 팻말을 들고 1인 유세를 하면서 유권자의 ‘동정론’에 호소하는 모습이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무능한 정부를 심판해 달라”며 ‘앵그리맘’에게 정부·여당 심판을 촉구했다.
세월호 참사 앞에 잠잠했던 네거티브 선거도 막판이 되자 고질병처럼 고개를 들었다. 서울·경기 등 전국 각지에서 각종 의혹 제기와 흑색선전,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도 일단은 높아진 모습이다. 지난달 30∼31일 실시된 사전투표율이 11.49%로 집계되는 등 투표 열기가 높다. 선거 판세는 세월호 참사로 위기에 몰렸던 여당이 ‘동정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보수층이 여기에 호응하면서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깜깜이 상황’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여야 모두 숨죽이며 ‘디데이(D-Day)’를 맞았다.
임성수 강창욱 기자 joylss@kmib.co.kr
[6·4 국민의 선택] 세월호 참사로 선거판 요동… 정부·여당 힘겨운 싸움
입력 2014-06-04 02:07 수정 2014-06-04 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