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 상장 추진과 함께 이재용(46·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본격적인 3세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실 상무보로 입사해 후계수업을 시작한 이 부회장은 14년째에 그룹을 책임지고 이끌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 부회장이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깊이 관여해 삼성이 세계 최고 기업에 오르는 데 적잖은 공을 세웠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외유내강형 리더십으로 거대한 조직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검증받지 못했다며 불안감을 보이는 시선도 있다.
이 부회장은 경복고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게이오대 비즈니스스쿨 석사를 거쳐 2001년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동양사학을 전공하고, 유학을 떠난 것은 경영수업의 일환이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배분받은 1996년을 후계자로 지명된 때로 보고 있다. 이후 그는 상무보를 거쳐 2003년 상무로 승진하며 그룹 내 역할을 확대해 나갔다. 이 부회장은 당시 삼성전자 업무파악뿐만 아니라 모든 계열사 업무보고도 받으며 그룹 전반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갔다고 한다. 또 글로벌 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삼성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작업도 담당했다. 실제 2010년 삼성이 2020년까지 2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5개 신수종사업(태양전지·자동차용 전지·발광다이오드·바이오제약·의료기기) 선정에도 이 부회장이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2008년 삼성특검 사태 여파로 최고고객책임자(CCO)에서 물러났지만 다시 2009년 부사장, 2010년 사장 자리에 올라 후계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경영 능력의 오점도 남겼다. 2000년 대주주로 전자상거래 사업 ‘e-삼성’ 설립에 참여하며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200억원 이상 적자를 낸 뒤 손실분을 삼성 계열사에 전가시킨 혐의로 고발됐다.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뼈아픈 실책이었다. 이 때문에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이건희 회장의 건강이 악화되자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할 준비가 돼 있는지 우려를 제기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그간 삼성전자의 발전에 큰 공을 세웠지만 공로를 내세우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보다는 과가 널리 알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삼성 지배구조 개편 급물살] 14년간의 수업을 끝내고… 본격 3세 경영 체제 시험대에
입력 2014-06-04 02:30 수정 2014-06-04 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