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남서 냉혹한 킬러로 영화 ‘우는 남자’ 주인공 장동건

입력 2014-06-04 02:59 수정 2014-06-04 03:28
장동건은 "오랫동안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배우, 차기작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장동건(42)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1990년 데뷔 후 '조각 미남'이라는 수식어에 갇히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써왔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 대작' 또는 '글로벌 프로젝트'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그의 스타성 때문에 캐스팅이 된 측면도 있지만 안 해 본 것을 해보자는 배우의 신념이 컸다. 인디영화(해안선·2002)에 출연하기 위해 김기덕 감독을 먼저 찾아간 것도 그였다. 여러 글로벌 영화에 도전하며 영어 일본어 중국어는 물론 태국어까지 해봤다. 그가 2년 만에 영화 '우는 남자'로 돌아왔다. '아저씨'(2010)로 한국 액션영화의 새 지평을 연 이정범(43) 감독의 신작이다. 장동건을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깊은 슬픔 담고 있는 냉혹한 킬러, 강도 높은 훈련=그는 ‘우는 남자’에서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국제 킬러 ‘곤’으로 나온다. 어릴 적 미국 사막 한복판에서 엄마에게 버림을 당한 후 킬러로 길러졌다. 표적이 된 사람을 처리하던 중 실수로 어린아이를 죽인 후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설상가상, 이번에 제거 명령이 떨어진 이는 그 아이의 엄마 최모경(김민희). 모경을 없애려 한국에 온 그는 차마 여자를 죽이지 못하고, 그녀 곁에 맴돈다. 미국에서 자란 설정으로 영어 대사가 많다.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액션 누아르를 꿈꾼다. 그런데 이런 장르 영화로 ‘아저씨’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었다. ‘죽을 때까지 누아르만 찍고 싶다’던 이 감독의 차기작이라 믿음이 갔다. 젊은 배우들이 감독의 영화를 하려고 줄서있었다.”

많은 배우를 뒤로하고 감독의 선택은 장동건이었다. 왜 일까?

“영화의 출발이 킬러가 실수로 아이를 죽인 후 괴로워하는 것이다. 그 감정을 막연하지 않고 절절하게 표현하기 위해 아이가 있는 배우였으면 했다더라. 몸의 능력보다는 인생 경험이 많은 배우가 필요했다고 들었다.”

모름지기 누아르에는 정의로운 주인공과 이에 맞서는 선명한 악당이 있고, 주인공이 통쾌하게 악당을 무찔러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장동건은 빨려 들어갈 듯 깊은 눈동자로 곤의 처절한 아픔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는 “곤이 모경을 죽이지 않는 게 아이에 대한 죄책감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자기반성과 회개, 모경에게서 자신이 믿지 않았던 모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화에는 장동건의 상반신 탈의 장면 나온다. “‘아저씨’의 원빈도 그랬고, 요즘 액션 트렌드가 몸을 한번 보여주고 시작하는 분위기더라. 4개월 반 동안 매일 4∼5시간씩 강도 높은 훈련을 하다보니 몸이 점점 만들어졌다. 후반부엔 흡족할 만큼이 됐다. 근데 그 무렵 공유가 나온 ‘용의자’를 보고 ‘이번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남자, 관객과 오래 호흡하고 싶어=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글로벌 프로젝트가 유난히 많다. “새로움을 위한 새로움을 추구하진 않았다. 끌리는 걸 선택했다. 집 떠나서 촬영하다보면 외롭기도 하지만 그 자체를 즐긴다. 배낭여행을 하다보면 고생스럽고 후회도 되지만 집에 돌아오면 또 가고 싶은 것처럼 글로벌 프로젝트도 비슷한 매력이 있다.”

하지만 최근 영화에서 흥행성적은 시원치 않았다. 한미 합작 ‘워리어스 웨이’(2010)는 43만명에 그쳤고, 약 300억원이 들어간 한중일 합작 ‘마이웨이’(2011)는 214만명을 모았을 뿐이다. 장쯔이와 호흡을 맞춘 ‘위험한 관계’(2012)는 겨우 30만명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드라마 ‘신사의 품격’(2012)으로 큰 인기를 누렸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슬럼프를 겪었다고 말했다. “한때 모든 사람이 나만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매너리즘에도 빠져있었다. 이 영화를 하며 조금은 자유로워진 것 같다.”

결혼 후 자연인으로서 안정감을 느낀다는 장동건. “아내도 있고 아들 딸 다 있으니 인생에 세팅이 된 느낌”이라고. 그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을 물었다. “새벽까지 촬영하고 집에 돌아와 거실에 아이의 장난감이 널려 있는 걸 볼 때 뿌듯함을 느낀다. 아이를 키우는 건 힘들기도 하지만 가장 큰 행복인 것 같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