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 D-9] 또다른 전쟁터 ‘지략 대결’… H조 사령탑 4인의 전략·성향 분석

입력 2014-06-04 02:30 수정 2014-06-04 03:28

꿈의 무대인 월드컵에서 스타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역량과 능력을 보여주며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듯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다양한 전술을 펼치는 것은 감독의 몫이다. 한국이 속한 2014 브라질월드컵 H조에는 홍명보 감독을 비롯해 이름난 명장들이 많다.

◇홍명보와 빌모츠 ‘동갑내기 스타플레이어 출신’=홍 감독과 벨기에의 사령탑 마르크 빌모츠 감독은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월드컵 출전 경력이 4회나 되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공교롭게도 홍 감독과 빌모츠 감독은 나이도 45세로 같다. 또 똑같이 1990 이탈리아월드컵을 시작으로 2002 한일월드컵까지 같은 대회에 출전했다.

홍 감독은 ‘영원한 리베로’라는 별명에서 보듯 12년간 한국 대표팀 수비의 대들보 역할을 했다. 특히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주장을 맡으며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묶어 4강 신화를 일궜다. 빌모츠 감독은 현역시절 421경기에 출전해 133골을 터트린 스트라이커 출신이다. A매치(국가대표팀 경기) 70경기에서 28골을 넣었고, 벨기에 선수 중 월드컵 본선 최다 득점자(5골)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벨기에 축구의 자존심이었다. ‘멧돼지’라는 별명에서 보듯 저돌적이고 성실함이 특기였다.

홍 감독과 빌모츠 감독은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선수로서 싸운 후 16년 만에 그라운드에서 다시 만난다. 당시 프랑스월드컵에선 한국과 벨기에가 1대 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제 두 사람은 지도자로서 진검승부를 벌이게 된다.

◇화려한 지도자 경력 카펠로와 할릴호지치=H조에서 가장 화려한 이력을 지닌 사령탑은 러시아의 파비오 카펠로(68) 감독이다. 이탈리아 출신인 카펠로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와 AC 밀란, AS 로마 등 유럽의 명문 클럽의 지휘봉을 잡고 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또 2010 남아공월드컵에선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대표팀을 맡기도 했다. 당시 남아공월드컵에서 32개 출전국 감독 중 가장 많은 연봉(990만 달러)을 받을 정도로 그의 명성은 대단하다. 잉글랜드가 16강에서 탈락했음에도 살아남은 카펠로 감독은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렸던 존 테리(첼시)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면서 2012년 2월 경질됐다. 하지만 그해 7월 러시아의 부름을 받고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카펠로 감독은 명성에 걸맞게 러시아를 브라질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포르투갈을 제치고 F조 1위로 이끌었다. 러시아에게는 12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선물도 함께 안긴 그는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러시아의 지휘봉을 잡기로 했다.

알제리의 바히드 할릴호지치(62) 감독은 옛 유고슬라비아 주전 공격수로서 1982 스페인월드컵 등에서 활약했다. 감독으로선 1990년부터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클럽들을 오가며 팀을 이끌었다. 프랑스 리그의 파리 생제르맹이 대표적인 경력이다. 또 코트디부아르 대표팀 사령탑을 맡기도 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소신과 독단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