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언 드림’을 꿈꾸며 유럽으로 가다 배가 침몰하면서 떼죽음을 당하는 비극을 막기 위해 유엔난민기구(UNHCR)가 아프리카에 난민수용소를 만드는 방안을 처음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UNHCR이 난민캠프 설치 후보지로 꼽는 곳은 리비아를 비롯해 이집트 수단 등이다. 리비아의 경우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이 유럽으로 가는 관문으로 통한다. UNHCR이 인권침해 논란에도 이런 안을 추진하게 된 것은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으로 유입되는 난민 숫자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계속해 난민이 늘고 이들이 탄 선박은 침몰하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해안에서는 난민을 태운 배가 침몰해 17명이 사망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이탈리아 람페두사섬 인근에서 에리트레아와 소말리아 출신 난민 500여명이 탄 선박이 가라앉아 366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1인당 5000유로(약 700만원)라는 벌금에 추방까지 당하는데도 난민은 몰려들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난민 문제는 경제위기와 반(反)이민정서와 맞물려 이미 EU에서는 민감한 현안이 됐다.
EU국경관리청(Frontex)은 올 4월까지 4만2000명의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려고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2만6500명이 리비아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3362명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늘었다. 지중해를 비롯해 다른 7개 통로를 통해 들어온 불법 이주민 수는 올해만 6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리스 역시 지난해 1만5000명의 난민이 유입되자 7000명의 해안경비대원을 에게해 주변에 배치했다.
UNHCR의 방침에 인권단체들은 비인도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모로코와 리비아 등과 같이 인권과 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나라에서 마음대로 난민이 법률적 처분을 받게 되는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난민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가는 환영하는 눈치다. 그리스는 다음 달로 예정된 유럽정상회의에서 난민보호소 설치와 함께 국제적인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지중해를 정기적으로 순찰하는 방안 등을 제안할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탈리아 마테오 렌치 총리는 “이탈리아 정부가 난민 어머니에 아들까지 구하기에는 너무 벅차다”며 “유럽은 난민문제를 이탈리아에만 맡겨놓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디언은 시칠리아섬의 학교와 체육관에는 아프리카에서 넘어온 난민을 수용하느라 빈자리가 없다고 했다. 빈센트 코체텔 UNHCR 유럽 담당관은 “국경을 통제하기보다 안전한 길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유럽 외 지역에 수용소를 설치하는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람페두사 비극 막자”… 아프리카에 난민수용소 추진
입력 2014-06-04 02:59 수정 2014-06-04 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