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삼성사옥 어린이집 “집회소음 때문에…”

입력 2014-06-04 02:59 수정 2014-06-04 03:28

서울 강남역 인근 서초대로에 위치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사옥 내 어린이집 교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매일 집회가 열리면서 자주 들려오는 큰 소리에 아이들이 잠을 자지 못하거나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사옥 1층과 건너편 삼성생명 사옥 3층에는 사내 어린이집이 있다. 각각 110여명, 120여명의 어린이들이 이곳에 다닌다. 17개월 이상 유아부터 7세까지 아이들은 아침에 부모가 데려다주면 먹고, 놀고, 자고, 공부하며 대부분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 자살 사건 등으로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삼성 일반노조 등 400∼500명의 시위대가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다.

집회는 주로 아이들이 등원하는 오전 7시30분부터 시작된다. 낮잠 시간에도 어린이집 교사들은 난처할 때가 많다. 어린이집에서는 보통 낮 12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아이들을 재운다. 하지만 이때 장송곡이 울려 퍼지거나 확성기로 집회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아이들은 집회 소음 때문에 잠에 들지 못하거나 자다가 놀라서 울기도 한다. 경찰과 노조원 간 몸싸움이 벌어지면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창밖을 구경하다가 “무슨 일이냐”며 교사들에게 묻기도 한다. 한 교사는 “아이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아이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워지더라도 블라인드를 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야외 산책을 하기도 쉽지 않다. 주변에 항상 시위 인원이 있고 경찰 버스가 도로를 막고 있는 탓이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집회 때 대형 스피커, 마이크, 확성기 등의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큰 소리가 나고, 입에 담기 힘든 욕설도 들려온다”면서 “아이들이 듣고 따라하거나 공포심을 느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전달하고 싶은 바가 있어 시위하는 것은 좋지만 아이들 낮잠 시간만이라도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