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내전 중인 ‘중동의 화약고’ 시리아에서 3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처음으로 복수 후보 등록이 허용됐지만 ‘민주주의 모방’에 불과하다는 국제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사상 첫 경쟁 선거에서 승리해 통치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내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복안이다. 알아사드가 30년간 시리아를 철권통치한 부친 하페즈 알아사드의 사망으로 권력을 이양 받았던 2001년과 첫 연임 선거였던 2007년 국민투표에서는 복수 후보가 허용되지 않았다. 알아사드는 내전 발발 이듬해인 2012년 국민투표를 통해 다당제 도입과 대선 복수 후보 출마를 수용했다. 하지만 그와 맞붙는 마헤르 압델 하피즈 하자르 후보와 하산 압둘라 알누리 후보는 사실상 들러리에 불과하다. 실제 지난달 11일부터 진행된 선거운동 기간 동안 시리아 국영 언론에서 다른 두 후보의 이름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또 개정된 선거법이 ‘최근 10년 이상 시리아 거주’를 후보 자격으로 명시해 외국에서 활동하는 반정부 인사들의 입후보를 원천 차단했다.
터키에 소재한 반정부단체 연합체인 시리아국민위원회(SNC)는 이번 대선을 “민주주의를 흉내 내는 것”이라며 투표 거부를 촉구했었다. 칼리드 샬레 SNC 대변인은 “이번 선거에 정당성이 없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으며 유일한 의문은 알아사드의 득표율이 99.8%일지, 99.9%일지다”라고 냉소했다. 서방과 아랍 언론들은 득표율이 2007년 연임 당시의 97%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시리아 대선 ‘민주주의 흉내’
입력 2014-06-04 02:59 수정 2014-06-04 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