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보들 미덥지 않을수록 투표 꼭 해야

입력 2014-06-04 04:29
오늘은 앞으로의 4년을 선택하는 매우 중요한 날이다. 제6회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3952명은 내 고장 살림과 내 자녀 교육을 책임지는 공직자들이다. 중요도나 역할 면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비해 결코 덜하다고 할 수 없다. 주민들 일상과 직결된 실생활에 끼치는 영향은 외려 이들이 훨씬 크다. 오늘 하루 유권자들에게 이보다 중차대한 행사는 없다.

그럼에도 지방선거 투표율은 높지 않다. 1995년 6월 실시된 제1회 선거에서 68.4%를 기록한 이후 60%를 넘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제2회 선거 때 52.7%로 무려 15.7% 포인트 급락하더니 급기야 제3회 선거에선 48.9%로 최저점을 찍었다. 다행히 4회 51.6%, 5회 54.5%로 투표율이 다소 높아지는 추세이나 이렇게 낮은 투표율로 선출된 공직자는 대표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투표율이 낮은 이유는 여러 요인이 있다. 이 가운데 “그 사람이 그 사람”, “찍어봐야 바뀌는 게 없다”며 자포자기하는 유권자 의식이 무시 못할 비중을 차지한다. 이 같은 반민주주의적인 사고 틀로는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일 리 없다. 선거관리위원회가 각 가정으로 배달한 홍보물만 꼼꼼히 살펴봐도 차별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찍지 않으면 그나마 바뀌던 것도 바뀌지 않는다.

적임자가 없다고 투표를 포기해선 안 된다. 정책과 경력 등을 보고 최악의 후보부터 하나씩 제외해나가면 최선은 아니어도 차선은 선택할 수 있다. 그것이 기권보다 현명한 선택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 지역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토호들로 대표되는 그들만의 패거리 문화를 만들었다. 기권은 누구도 원하지 않은 이런 역선택의 결과를 부를 수도 있다. 물이 썩지 않도록 휘젓는 역할, 4129만 유권자가 해야 할 의무이자 권리다.

선거 때는 간이라도 떼어줄 것처럼 을(乙)로 행세하다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슈퍼 갑(甲)으로 돌변하는 공직자를 수없이 봐왔다. 꼭 지키겠다던 공약은 휴지조각 되기 일쑤다. 다 유권자를 우습게 보고 하는 짓들이다. 투표소의 줄이 길어질수록 못된 버릇을 하루라도 빨리 고칠 수 있다.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과 적극적인 투표 참여만이 우리의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투표는 내 의사를 가장 확실하게 표현하는 수단이다. 참여하지 않으면서 뒤에서 구시렁거리는 비겁한 유권자는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