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 버그달 병장은 탈영병”

입력 2014-06-04 02:59 수정 2014-06-04 03:27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에 5년간 잡혀있다 포로 맞교환으로 풀려난 보 버그달(28) 미군 병장 사건이 묘하게 굴러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귀환을 알리면서 전 세계에 ‘영웅담’으로 소개됐는데, 그와 한솥밥을 먹던 전우들이 ‘조국을 버린 반역자’라며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버그달이 2009년 아프간에서 실종될 당시 같은 소대원이었던 매트 비어캔트 예비역 병장은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때보다 훨씬 더 화가 난다. 버그달은 전쟁 중에 탈영했고 전우들은 그를 찾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2일(현지시간) CNN에 말했다.

2008년 입대한 버그달은 501공수연대 1대대 소속으로 아프간에 파병됐으며 이듬해 6월 30일 아프간 팍티카 지역의 미군 부대 인근에서 실종됐다. 당시 버그달 일병과 한 소대에 있었던 병사들의 1차 진술에 따르면 버그달은 경계근무 중 무기를 버리고 초소를 이탈했다. 탈영하면서 나침반, 칼, 디지털 카메라, 일기장을 소지하고 있었다. 버그달이 사라지자 부대에 비상이 걸렸고 몇 주간 계속된 수색 과정에서 적어도 6명이 탈레반 공격으로 전사했다. 부대원들은 전우를 죽음에 몰아넣은 반역자가 영웅대접을 받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에는 “버그달은 영웅이 아니다”는 페이지가 개설돼 그를 향한 분노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버그달이 탈영했다는 옛 전우들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는 군 형법에 따라 불명예제대 처분과 함께 최대 5년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국방부 관계자는 “(억류 생활) 5년이면 충분하다”며 처벌을 받지 않을 것 같다고 CNN에 밝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