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마이애미] “보도 자제 부탁합니다” 보안 또 보안…

입력 2014-06-04 02:59 수정 2014-06-04 03:27
권총을 허리에 찬 보안요원이 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세인트 토머스 대학교의 축구장 입구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이 문구는 축구 경기에서도 금과옥조로 통합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전지훈련 중인 한국축구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은 전력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홍 감독은 전지훈련 이틀째인 3일(한국시간) 세트피스 훈련을 했는데, 전력 노출을 우려해 국내 취재진에 보도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상세한 세트피스 훈련 상황이 보도되면 러시아 등 한국과 조별리그에서 맞붙을 팀들이 대책을 마련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홍 감독은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선 선수들의 등번호를 뒤죽박죽으로 바꿨습니다. 그 경기를 지켜볼 조별예선 상대국들의 코칭스태프와 전력 분석관에게 최대한 혼선을 주기 위함이었죠.

홍 감독은 무엇 하나 허투루 넘어가는 성격이 아닙니다. 사람이 너무 꼼꼼하면 추진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하지만 홍 감독은 단호합니다.

“제가 필요 이상으로 걱정한다고요? 아닙니다. 일이 벌어진 다음에 수습하려고 하면 당황스럽습니다. 시간이 있을 때 모든 문제의 해답을 미리 찾아놓는 게 지도자가 할 일입니다.” 홍 감독의 지론입니다.

평가전에서 선수들의 등번호를 바꾼다든지 세트피스 훈련 상황에 대해 보도 자제를 요청한다든지 하는 문제는 어찌 보면 사소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때론 사소한 결정이 큰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홍명보호’는 보안을 유지하는 한편 조별리그 첫 상대인 러시아의 전력 분석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홍 감독은 훈련 전 선수단 미팅에서 러시아의 경기 영상을 틀었습니다. 홍 감독은 러시아 평가전의 편집본을 선수들에게 보여주며 대응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디오 분석이 끝난 뒤 선수들은 토의를 했습니다.

방패를 손봤으니 이제 창끝을 벼를 때가 됐습니다. 홍명보호는 마이애미로 전지훈련을 온 후 처음으로 공격 전술을 가다듬었습니다. 공격 전술은 러시아 맞춤형이었습니다.

발등 부상을 당한 홍정호를 제외한 19명은 2개 조로 나뉘어 실전처럼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훈련에서는 사실상의 ‘베스트 11’이 주전조를 맡았죠. 러시아는 수비 조직력이 견고하기로 유명합니다. 홍 감독은 뚫기 힘든 중앙 수비 대신 상대적으로 약한 옆구리를 공략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러시아의 빠른 역습에 대비해 수비수 4명과 수비형 미드필더 1명은 수비 진영에 남긴 채 5명만 공격에 가담해 역습을 시도했습니다. 좌우 날개는 후방에서 패스를 받은 뒤 치고 들어가 크로스를 날렸습니다. 상대 문전에선 최전방 공격수와 섀도 스트라이커가 크로스를 받아 슈팅으로 마무리했죠. 그라운드에서 훈련을 지휘한 홍 감독은 선수들이 공을 잡은 뒤 주춤하면 “앞으로 빨리 나가야지”라며 다그쳤습니다.

역습 훈련에 이어 세트피스 수비 훈련이 시작됐습니다. 역시 러시아 맞춤형이었습니다. 홍 감독과 김태영 코치는 페널티지역에서 선수들의 위치를 일일이 지정해 주며 수비에 만전을 기했습니다.

마이애미=글·사진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