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국가개혁의 적임자로 국민들이 요구하는 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적폐를 뜯어고칠 수 있으면서도 국민의 눈높이에 걸맞은 도덕성을 갖춘 인사를 삼고초려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 사퇴에 따른 후임 총리 인선에 고심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대통령이 참석한 수석비서관회의는 안 후보자 하차 이후 처음 열렸다.
◇후임 총리는 개혁 적임자=박 대통령은 개혁을 이끌 인사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총리 임명 후 개각을 통해 국정운영을 일신하고 새로 출발하려던 일정이 다소 늦춰지게 됐다"고 아쉬움을 나타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국정운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이미 계획된 국정개혁 과제들도 충실히 수행하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지는 이치처럼 정치권과 고위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해야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 그게 선행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김영란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지난주 안전행정부가 입법예고했던 재난·안전관리 기본법 가운데 육상재난의 긴급구조 활동 시 소방서장이 현장에 배치된 군과 경찰 인력에 대한 지휘권을 갖도록 규정한 대목을 직접 상기시키기도 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데뷔=박 대통령이 가장 먼저 언급한 부분은 안보위기였다. 지역 정세나 북한의 끊임없는 위협과 도발 등 여러 가지를 볼 때 정말 안보상황이 위중한 때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위협은 물론 북·일 합의에 따른 일본의 대북제재 해제 등으로 한·미·일 대북공조에 균열이 우려되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회의에는 전날 지명된 신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처음으로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김 안보실장에게 "귀중한 임무를 맡아서,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말에 김 안보실장은 "안보상황의 위중함은 잘 인식하고 있다. 국정철학에 부합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보필하겠다"고 다짐했다.
◇"푸드트럭은 대기업용 아니다"=박 대통령은 푸드트럭(food truck) 규제완화 조치 이후 대기업들이 이 업종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강력 경고했다. "대기업들의 영업 기회나 확장해주기 위한 게 아니라는 걸 분명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할 때에는 단호함이 느껴졌다. 서민생계형 소자본 창업 대상의 불법성을 해소해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거두기 위해 관련 규제를 풀어준 것인데, 대기업이 이를 노리고 진출하려 한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열린 민·관 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한 소상공인 참석자가 "푸드트럭 하나를 만들려고 해도 온갖 규제가 다 작동한다. 이런 규제를 풀어 달라"고 요청하자 "관련 부처가 이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라"고 즉석 지시를 내린 바 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새 총리, 국가개혁 적임자로 국민이 요구하는 분 찾는 중”
입력 2014-06-03 03:36 수정 2014-06-03 0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