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세 주부 김모씨는 4개월 전부터 어깨 통증이 생겼다. 예전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들인데 요즘 들어 부쩍 신경이 쓰인다. 칼로 딱딱한 식재료를 썰 때, 설거지할 때, 걸레질할 때, 빨래를 털 때 등 일반적인 집안일인데도 어깨 쪽에 무리가 가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잠을 잘 때 아픈 어깨 쪽으로 돌아눕거나 이불을 당기다가 통증이 발생해서 한참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곤 했다. 1∼2주 지나면 낫겠지 하면서 지냈지만 통증이 계속된 채로 4개월이 흘렀다. 고3 아들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데 아픈 어깨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병원을 찾아가 진찰을 받아 보니 어깨힘줄에 문제가 발생해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씨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남들보다 어깨를 무리하게 사용한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집안일만 하면서 살아왔는데 어깨힘줄에 무슨 문제가 발생한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관절과 다르게 어깨관절은 360도 회전이 가능하다. 어깨를 회전시키는 중요한 힘줄을 회전근개 힘줄이라고 부르는데, 어깨가 움직이면서 주변의 뼈나 인대와 회전근개 힘줄이 서로 마찰을 일으키게 되고 이로 인해 힘줄에 염증 혹은 파열 등이 일어난다. 또한 회전근개 힘줄로 팔을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는 간단한 동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팔을 뻗어서 물건을 잡는 등의 동작들로 회전근개 힘줄에 무리가 갈 수가 있다.
물론, 나이가 젊은 경우는 외상이 아니라면 회전근개 힘줄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나 통상 4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퇴행성변화로 인해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가 늘어난다.
영상의학 검사상 힘줄 파열 소견이 보이지 않으면 약물, 주사, 재활 치료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에는 생활 습관 교정 및 재활운동 병행이 반드시 필요한데 통증이 어느 정도 호전되고 나면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고, 따라서 재발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파열이 발생했을 경우 크기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사례자 김씨의 경우는 고3 수험생 자녀가 있기 때문에 당장에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며 이런 경우 수술 이외의 처치로 증세를 호전시킨 다음 수술이 가능한 여건이 되면 수술하는 것이 현명하다.
힘줄 파열은 대부분 연필 굵기 정도의 관절내시경을 이용하여 봉합을 시행하므로 수술로 인한 흉터나 출혈 등의 부작용은 거의 없다. 그러나 수술 후 재활이 필요한 기간이 6개월가량 소요되므로 주변 가족들과 충분히 상의한 후 진행하는 것이 좋다.
김씨는 허리 건강에 좋다는 주변의 말에 수영을 시작했고, 어깨가 아파도 수영을 하면 어깨 건강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해서 그만두질 않았다. 그런데, 수영을 해도 좋아지기는커녕 수영장에 다녀온 날 밤에는 통증이 오히려 더 심해지기만 했다.
수영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좋은 효과들은 분명 있다. 하지만 어깨통증이 있는 경우 팔을 휘젓는 운동 자세는 오히려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치료받는 동안에는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수영 등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는 반드시 담당 전문의와 상의를 한 후 운동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환자 본인에게도 좋을 듯하다.
오경수 건국대병원 어깨팔꿈치관절센터 교수
[건강나침반-주부들 어깨가 울고있다] 40대 후반부터 퇴행성 변화
입력 2014-06-03 02:33 수정 2014-06-03 0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