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나침반-치매환자와 일상생활] 간단한 청소 등 직접 하게 해야 치매 지연에 도움

입력 2014-06-03 02:33 수정 2014-06-03 04:32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스스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다. 가족들을 위해 요리를 하고, 함께 식사하고, 스스로 옷을 입고, 화장실에 가는 것 등 일상에서 하는 모든 행동이 환자의 치매가 진행되면 될수록 스스로 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흔히 치매 하면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을 떠올리지만 이처럼 일상을 잃어버리는 것이 치매 가족들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실제 치매를 진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는 일상생활 수행능력이란 ‘자신을 돌보고 사회생활 유지를 위해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을 말한다. 대한치매학회에서 2012년 진행한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능력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치매 환자의 보호자 중 78%는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능력 장애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근로 시간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치매 환자 보호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최근 보건복지부는 ‘치매환자 가족 휴가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치매환자 가족 휴가제란, 간병으로 지친 가족이 치매 환자를 잠시 요양기관에 맡기고 환자의 보호와 돌봄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실제 치매 환자 보호자들의 막중한 간병 부담을 반영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치매 환자들이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잘 유지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치매 초기에 진단을 받고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다. 다른 질병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치매는 언제 발견해 치료하느냐에 따라 치료 결과에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부모님이나 배우자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거나 기억력이 떨어진다면, 치매를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치매 진단은 가족들에게도 큰 슬픔이지만, 환자 본인에게도 매우 큰 충격이 될 수 있으므로 치매 검사를 받거나 결과가 나왔을 때에 보호자들이 환자를 배려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는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꾸준한 약물 치료를 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치매 초기의 적극적인 치료는 치매 환자가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을 최대한 연장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이 증명됐다. 최근엔 다양한 약물이 나와 있어서, 약만 꾸준히 먹어도 이상행동 등 다양한 증상을 잘 관리할 수 있다. 특히 치매 환자들은 약 복용을 잊어버릴 수 있으므로 보호자가 잘 챙겨주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복용을 자꾸 잊어버린다면, 경구복용약 대신 파스와 같은 패치형의 약물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상생활에서 환자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보통 가족들은 환자를 걱정하는 마음에 환자가 스스로 할 수 있게 하기보다는 거들어주거나 대신 해주는 경우가 많다.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운동이 필요한 것처럼, 치매 극복을 위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수를 하더라도 간단한 요리나 청소 등 익숙한 집안일은 환자가 직접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치매 지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치매는 조기 진단 및 적극적인 약물 치료 등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키고 일상생활을 유지시킬 수 있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능력 유지를 위해서는 소중한 기억과 일상생활을 잃어버린 치매 환자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일상생활을 면밀히 관찰하는 환자와 가족, 정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박지현 세란병원 신경과 진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