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핵 도미노 현상'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워싱턴 외교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북한 핵에 실제 위협을 느끼는 주변국에서 나온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또 하게 되면 모든 나라들이 '우리도 핵 무장을 할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명분을 주게 돼 핵 도미노 현상과 같은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안보 전문가들은 한국이나 일본의 핵 보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동북아 정세가 북한 변수와 함께 동·남중국해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일부 시각도 있다.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의 자카리 켁 부편집장은 1일(현지시간) "핵 도미노 현상은 북한이 야기하기보다 중국의 패권주의적 외교 행태가 일본으로 하여금 핵 무장이 매력적인 옵션이 되게끔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중국의 경우 경제성장에 따라 재래식 무기도 주변국들에 비해 월등히 많아지고 있어 점점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일본으로선 핵무기로 (중국의) 도발을 억제하고 싶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릴 킴볼 미국 군축협회(ACA) 사무총장은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핵무기를 원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일본 사람들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가 6자회담 재개 조건을 놓고 협의하기로 하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회동한다.
우리 정부는 최근 방한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으로부터 적극적인 회담 참가 요청을 받은 데다 이달 중 예상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도 앞두고 있어 어떻게든 진전된 입장으로 협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황 본부장도 전날 워싱턴에 도착해 기자들을 만나 "6자회담 재개는 적절한 대화 재개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적절한 조건'을 언급한 것 자체가 회담 재개 의지가 더 강해졌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미국이 얼마나 호응해줄지가 관건이다. 최근 미국에서 한반도 이슈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상황이고, 또 미·중 관계도 악화일로여서 미국이 순순히 중국에 회담 성사라는 선물을 안겨줄지 의문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朴 대통령 ‘핵 도미노’ 발언에 美 외교가 촉각
입력 2014-06-03 03:35 수정 2014-06-03 0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