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는 최근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흔해지면서 ‘남들이 타지 않는 차’로 스스로를 차별화하려는 운전자가 늘어난 덕분이다. 다양한 변종이 쏟아지는 SUV 시장에서 정통 4륜구동 SUV에 대한 목마름도 작용했다.
최근 시승한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이보크’(사진)는 브랜드 안에서 나름의 변종이다. 전통적 랜드로버 차량이 단단함과 안정감을 내세웠다면 이 차는 디자인에서부터 발랄함을 발산한다. 천장은 뒤쪽으로 가면서 기울기가 완만하게 낮아지는 반면 허리 라인은 뒤로 갈수록 솟아올라있다. 차량 상단 부분만 잘라내 본다면 쿠페가 떠오른다.
시승한 모델은 2.2ℓ 디젤엔진에 9단 자동변속기가 달린 ‘SD4 프레스티지’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랜드로버 특유의 안정감과 민첩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한쪽을 택하라면 민첩함이 좀더 강렬했다. 9단 변속기 덕분인지 속도를 내거나 줄일 때 차의 반응이 즉각적이었다. 때로 ‘가볍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쾌하게 주행했다. 힘 자체(190마력)가 달리지는 않아 가파른 언덕에서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엔진 사이즈 탓에 치고 나가는 힘이 폭발적이지는 않았으나 고속에서 질주 능력은 강력했다.
랜드로버 모델 가운데 콤팩트 급이지만 다른 SUV에 비해 실내공간이 좁지 않았다. 스포티지 등 배기량 2.0ℓ급의 국산 SUV보다 여유로운 느낌이다. 천장 거의 전체를 유리로 막은 ‘글라스 루프’가 시원한 느낌을 보탰다. 뒷자리에 열선시트가 깔린 것도 장점이다. 다만 트렁크 공간은 SUV치고는 충분해보이지 않았다. 자갈길, 눈길, 진흙길 등 어떤 지형에서도 최상의 주행성능을 발휘한다는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은 도심에서 거의 가동될 일이 없었다.
고속도로 80%, 도심 20% 비율로 주행한 결과 실연비 12.5㎞/ℓ이 나왔다. 공인연비는 13.3㎞/ℓ이다. 총평하자면 딱히 흠잡을 데가 없는 ‘모범생 SUV’다. 엔진 소음이 주행 내내 거슬렸지만 그 밖의 진동과 소음은 잘 잡아냈다.
권기석 기자
[시승기-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가파른 언덕도 평지처럼 가뿐… ‘SUV 모범생’
입력 2014-06-04 02:59 수정 2014-06-04 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