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7조4000억원대 예산 편성권, 교원 8만여명에 대한 인사권, 학교 설립·폐지권, 교육과정 편성 운영권…. 막강한 권한으로 4년간 서울시내 유치원과 초·중·고교를 관장하게 될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고승덕 문용린 이상면 조희연 후보 등이 나온 이번 선거는 정책이나 비전보다 후보 개인의 집안사(史), 색깔론처럼 교육 외적 요소들이 당락을 가를 전망이다. 3가지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자질론 VS 동정론=여론조사 1위를 달렸던 고 후보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장녀인 희경(27)씨로부터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일격을 당했다. 자녀교육을 포기한 교육감 후보라는 자질론에 휘말렸다.
고 후보는 자신의 아픈 가족사를 끄집어내며 동정론을 유발하는 데 안간힘을 썼다. 전 처가인 고(故) 박태준 일가에 대해서 "권력과 재력을 가지고 양육권을 빼앗았다"며 날을 세웠다. 전처에 대해서는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한글을 가르치지 않았다"고 했고, 고 후보 자신은 "한국에서 자녀 키울 것을 고집하는 촌놈" "부모가 있는 한국에서 살기 위해 영주권을 뿌리친 인물"로 대비시켰다.
희경씨를 '재벌가에서 자란 철부지 딸'로 규정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고 후보 캠프가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고 후보는 "니네 둘 때문에 입양포기하고 외롭게 산다. 니네들에게 미안하고 더 안아주고 남은 인생을 마치고 싶어"라고 했지만, 희경씨는 "재혼했잖아요. 뺏긴 것처럼 느끼면서 살지 말고, 있는 자식에게 잘해 봐요"라고 했다. 고 후보는 '못난 기러기 아빠'의 모습, 희경씨는 그런 아버지를 힐난하는 내용으로 읽힌다.
◇진보 후보 어부지리 가능할까=조 후보는 2일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6·4지방선거 전체에 가장 감동적인 역전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 단일후보'를 내걸고도 여론조사 3위, 10%대 지지율인 그가 기대하는 시나리오는 보수표 분열이다.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진보 단일후보로 나섰던 곽노현 전 교육감은 34% 지지율로 당선됐다. 당시 보수표가 60% 이상이었으나 보수 후보들이 난립한 덕에 승리했다.
고승덕, 문용린 두 보수성향 후보가 난타전을 벌이고 있어서 조 후보 캠프의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고 후보가 희경씨의 페이스북 글의 배후로 문 후보를 지목하자 문 후보 측이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문 후보는 나아가 "세월호 선장보다 무책임" "패륜"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40%에 달하는 부동층의 향배는=네거티브 선거로 흐르면서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부동층의 향배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고 후보 딸의 글이 큰 파문을 일으키면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졌지만 부동층이 증가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에서는 7장의 투표(세종, 제주 제외) 용지가 제공된다. 교육감 선거에 혐오감을 가진 유권자들이 교육 본연의 이슈보다 어떤 단체장에 투표했는지에 따라 '묻지마 투표'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고 후보 논란 전에는 보수 후보 간 양자 대결 구도였지만 지금은 고 후보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한가운데에 있다"며 "고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문 후보나 조 후보로 옮겨가기보다 부동층을 더욱 두텁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정책·이슈보다 ‘개인사’ 부각… 부동층 최종 선택은
입력 2014-06-03 03:35 수정 2014-06-03 0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