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완화 불구 거시적 재난 가능성”

입력 2014-06-03 03:35 수정 2014-06-03 04:32
로버트 배로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2일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에 대응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책금리 인하와 양적완화를 시행했으나 다수 국가에서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드문 거시적 재난(rare economic disaster)’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드문 거시적 재난은 주로 전쟁이나 금융위기 등으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이나 소비가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는 것을 말한다.

배로 교수는 한국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잠재력 확충’이라는 주제로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개최한 국제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정책금리 인하와 달리 양적완화 정책은 그 효과가 제한적이며 적절한 시점에 출구전략을 시행하기도 매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재정정책에서는 미래 지출 및 조세부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통화정책에서는 그동안 크게 늘어난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 규모를 줄이는 출구전략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로 교수는 기조연설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6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내온 한국 경제에 대해 “불황형 흑자로 보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추가 부양책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여파에 따른 민간소비 둔화와 관련해서도 “국민적인 슬픔을 초래한 큰 사고였지만 소비에 일시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준인 만큼 정부가 예산 조기집행 등을 통해 개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유동성의 두 번째 국면’이라는 두 번째 기조연설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글로벌 유동성의 전파경로로서 은행부문 역할이 축소되고 기업부문 비중이 늘어나는 등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글로벌 유동성의 전파과정에서 다국적기업 등이 외화채권 발행 등으로 조달한 외화자금을 자국통화 예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만큼 개별국가의 기업예금을 미 달러화로 환산한 후 더한 글로벌 기업부문 통화지표가 두 번째 국면의 글로벌 유동성을 측정하는 데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은 만찬 기조연설에서 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 거시건전성 정책을 금융순환의 수축 국면에서는 완화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