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돼지뼈·식칼까지 황당 이물질 여전… 사료화 멀었다

입력 2014-06-03 03:35 수정 2014-06-03 04:32

음식물쓰레기 파쇄기에는 분리해내지 못한 형형색색의 비닐 봉투가 덕지덕지 들러붙어 있었다. 흰색 안전모를 쓴 직원 김모(47)씨는 음식물쓰레기에서 이물질을 걸러내기 위해 3m 길이의 갈퀴로 쓰레기 배출구를 휘젓느라 땀범벅이 됐다.

2일 오전 10시30분 서울 강동구 고덕동 음식물재활용센터에서는 이물질과의 전쟁이 한창이었다. 가장 많은 이물질은 갖가지 종류의 비닐봉투다. 소·돼지·닭뼈는 물론 깨진 그릇조각과 숟가락, 조개껍질 등도 쏟아져 나왔다. 지난달 이곳에서 처리한 이물질은 전체 음식물쓰레기 처리량의 3% 정도다. 하루 약 350t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면 이물질만 10t이 훌쩍 넘는다. 김씨는 “이물질은 대부분 비닐과 동물 뼛조각들이지만 그릇조각이나 주방용 칼도 자주 나온다. 페트병만한 쇳덩이를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전면 시행한 지 2일로 1년이 됐지만,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들은 매일 이물질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는 전용봉투를 사용하거나 쓰레기 처리 용기에 납입필증을 붙인 뒤 쓰레기 양에 따라 수수료를 매기는 제도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고 이물질 처리비용을 낮추기 위해 도입됐지만, 정작 쓰레기 감소량은 많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음식물쓰레기에 일반 쓰레기를 섞어 버리는 부족한 시민의식이다.

송파구 재활용센터 한쪽에는 구부러진 수저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 옆에는 길이 10cm 정도의 돼지뼈 등도 보였다. 이 센터와 올해 계약을 맺은 민간 폐기물처리업체 R사의 최모(45) 팀장은 “최근 음식물쓰레기 속에서 볼링공이 나와 라인 하나가 통째로 멈춘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모(52) 팀장은 “일반 가정집보다는 대형 음식점에서 버리는 음식물쓰레기에 이물질이 많은 편”이라며 “못 쓰게 된 식칼과 깨진 그릇, 양파 등을 담았던 망과 물수건 등이 주로 나온다”고 말했다. 음식점이 밖에 내놓은 대형 음식물쓰레기 봉투에 지나가던 행인이 일반쓰레기나 돌멩이 등을 넣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시에 따르면 가정용 음식물쓰레기 하루 평균 배출량은 2012년 2233t에서 지난해 1920t으로 14%나 줄었다. 알뜰한 ‘주부’들이 많은 덕이다. 반면 음식점 등 대량배출사업장의 하루 평균 배출량은 같은 기간 1079t에서 1150t으로 오히려 6.5%나 늘어났다. 이 때문에 전체 음식물쓰레기 감소량은 7.3%에 그쳤다. 서울시 생활환경과 관계자는 “대형 음식점의 경우 음식물쓰레기 감량보다는 영업이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시로서도 마땅히 대응하기 어려워 고민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물질 처리 과정은 복잡하다. 먼저 자동선별파쇄기에서 비닐봉투 등의 이물질을 부순 다음 자력선별기에서 작은 철핀이나 금속류를 골라낸다. 이후 진동선별기에서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 비금속 이물질이 걸러지는 구조다. 하지만 자동화시설이 이물질을 전부 걸러내지 못하다 보니 직원이 직접 수작업을 벌여야 한다. 처리업체 관계자는 “가정에서 버릴 때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들 하고 버리게 마련인데 이런 게 모이면 어마어마한 골칫덩어리가 된다”고 말했다.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는 과정에서 이물질이 포함되기도 한다. 구청과 계약을 맺은 민간업체들이 수거 차량을 운영할 때 일반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량에 남아 있던 일반쓰레기 잔해가 음식물쓰레기에 휩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서울 전체 음식물쓰레기를 민간 업체 5곳에서 도맡아 처리하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 매년 계약이 변경되는 경우가 많아 지속적인 관리가 어렵다. 또 민간처리업체별 처리 공법도 다르다. 강동음식물재활용센터와 송파자원순환센터는 건식사료화 공법이지만 동대문환경자원센터는 혐기성소화 공법(미생물을 이용한 생물학적 처리방식)을 사용하는 식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 임이랑 연구원은 “쓰레기가 재활용시설에 갔을 때 이물질이 100% 걸러지지 않아 사료로 자원화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며 “지자체마다 일반쓰레기 종량제와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구분하는 기준도 달라 이를 통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