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일 검·경 포위망을 농락하며 도피 중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을 조속히 검거하라고 거듭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또다시 유 전 회장 실명을 직접 언급하며 수사를 독려했다.
박 대통령은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세월호 사고 주요 피의자인 유병언 일가의 도피 행각은 우리나라 법질서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법질서 회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조속히 검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배 12일이 지나도록 유 전 회장 일가 검거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장기화되고 있는 검찰 수사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유 전 회장 이름을 직접 거론한 것은 세 번째다. 모두 '유병언 일가'라는 표현을 썼다.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처음으로 "이번 참사의 근본적 원인인 유병언 일가가 (중략) 법을 우롱하면서 국민의 공분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 명성교회 세월호 참사 기도회에선 "유병언 일가가 법망을 피해 도망다니면서 국민을 기만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때도 유 전 회장 이름을 직접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부도덕한 기업과 범죄자"라고 표현했다.
검찰은 대통령의 이 같은 독려에도 유 전 회장 일가를 검거하지 못하자 사과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유 전 회장 일가를 아직 검거하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부터 철야 근무에 돌입한 특별수사팀은 유 전 회장 측의 치밀한 도피작전에 매번 고배를 마시고 있다. 같은 달 21일 뒤늦게 경기도 안성 금수원을 압수수색했지만 유 전 회장은 이미 전남 순천 별장으로 몸을 피한 뒤였다. 나흘 뒤 순천 별장 급습 때도 유 전 회장은 한 발 빠르게 움직였고, 이후 야망연수원 등 순천 인근 지역 집중 수색과정에서도 별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검찰은 이재옥(49·구속)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 등 도피를 돕는 측근들을 분리시키면 유 전 회장이 고립되리라 판단했지만 새로운 조력자가 등장해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돕고 있다. 이를 두고 애초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유 전 회장 측 입장을 그대로 믿었던 검찰 대응이 안이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도피 지휘책인 일명 '김 엄마' 김모(58·여)씨가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금수원에 다시 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검찰은 특별수사팀에 추가 인력을 배치하는 등 유 전 회장 검거 총력전에 나섰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지시로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전국의 검사 1명과 수사관 13명이 특별수사팀에 추가 배치됐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은 파렴치범 수준에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잇따른 유 전 회장 언급에 대해서는 사법부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대통령이 먼저 범죄자로 규정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헌법 제27조 4항에 명시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남혁상 정현수 기자 hsnam@kmib.co.kr
“유병언 도피 법질서 근본 훼손” 박대통령 조속 검거 거듭 주문
입력 2014-06-03 03:46 수정 2014-06-03 0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