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세월호 침몰 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첫 일정부터 볼썽사나운 '네 탓 공방'만 벌였다. 본격적인 특위 활동에 앞서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기로 협의했으나 여야 간 다툼으로 첫걸음도 떼지 못했다. 6·4지방선거가 코앞에 닥치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뒷전이고 얄팍한 표 계산에만 빠져 있는 형국이다.
여야는 지난달 29일 국정조사계획서를 채택하면서 팽목항 방문 계획을 확정했다. 세월호 참사의 당사자들을 위로하고 의견을 구하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새누리당 측은 2일 오전 갑자기 이 일정을 '연기하자'고 요청했다. 일부 여당 위원이 오전 8시 약속 장소인 서울 용산역에서 새정치연합 소속 위원들에게 불참 이유를 알렸다. 특위 소속 야당 위원 9명은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현장으로 내려갔다.
이들은 진도 실내체육관 인근의 천막에서 만난 실종자 가족들에게 거친 항의를 받았다. 한 실종자 어머니는 "날짜 하나 못 맞추면서 실종자 가족들 목소리를 듣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소리쳤다. 옆에 있던 다른 실종자 가족은 "같이 오기로 했다가 안 온 놈들이 XXX"라고 거친 말을 내뱉기도 했다.
특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국회 브리핑에서 "풍랑이 거세 바지선이 다 빠져 있고, 부상 치료를 위해 일부 가족도 빠져나갔다고 한다. 유가족들이 다시 날을 받아서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유가족이 참석한 경기도 안산의 대책회의에서 새벽 0시30분쯤 결정을 했고, 뒤늦게 야당 위원들에게 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은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특위 야당 측 간사인 새정치연합 김현미 의원은 "여당에서 (팽목항) 현장 대책본부에 전화를 걸어 '일정이 있어 5일에 가겠다'고 했다더라"며 "우리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못 가겠다고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여야가 일정 하나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의 당리당략 때문으로 여겨진다. '세월호 정권 심판론'을 부각시키려는 야당과 이 전략에 끌려가지 않으려는 여당 사이의 치열한 '밀고 당기기'라는 해석이다. 새누리당 소속 한 특위 위원은 "야당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독자행동 식으로 간 것 아니냐"고 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소속 위원은 "처음부터 아예 갈 생각도 없던 여당 측이 국민 시야에서 진도의 모습을 감추려고 우리와 상의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맞섰다.
여야는 국조계획서 채택 당시에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국정조사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한바탕 혈전을 주고받았다. 이번에도 선거 유불리에 혈안이 돼 갈등 양상을 보이자 '진상규명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세월호 참사 자체가 정치적으로 놀아난 꼴"이라며 "8월 30일까지 90일간 특위 활동이 이어지는데 7·30재보선 때까지 이런 기 싸움만 벌일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김경택 노용택 기자 ptyx@kmib.co.kr
여야 ‘票’ 계산에 세월호 國調 파행
입력 2014-06-03 03:35 수정 2014-06-03 0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