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골수성백혈병, 투약 잘하면 일반인 생존율과 비슷”

입력 2014-06-03 03:35 수정 2014-06-03 04:32
성화정 교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이 충실한 약제의 복용만으로 일반인과 동일한 수명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성화정 고려대 안산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

“10여년 전만 해도 만성골수성백혈병은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술만이 유일한 치료였고 그마저도 성공률은 60%미만이었어요. 하지만 2000년 이후 표적치료제의 개발로 치료 성적이 획기적으로 좋아졌고, 성실히 약을 복용한다면 건강한 일반인의 생존율과 별 차이가 없게 되었지요.”

성화정 고려대 안산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현실에 맞는 의료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투병의지를 북돋아 주고 싶다고 말한다. 골수성백혈병이란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을 만드는 과정에 이상이 생긴 질환으로 이 때문에 적혈구·백혈구·혈소판의 과다 증식 또는 기능적 이상을 불러온다. 이 같은 골수성백혈병은 크게 급성골수성백혈병과 만성골수성백혈병으로 나뉘고 그중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전체 성인 백혈병의 25%를 차지하며 연간 약 10만 명 중 한두 명꼴로 발생한다. 성화정 교수는 예후가 나쁘고 조혈모세포 이식이 필요한 급성백혈병과 달리 만성골수성백혈병은 경구항암제 복용만으로 치료와 조절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성 교수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도 일반인과 동일한 수명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긴 시간 동안 약을 복용해야 하는 질환의 특성상 어느 순간 환자는 약제 복용의 중요성을 간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 교수는 “조혈모 이식 없이 조절이 가능한 질환이지만 투약을 임의로 중단하면 급성백혈병으로 진행되는 등 재발의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원인은 무엇일까. 염색체 이상에 의해 발병한다고 유전적 원인은 알려졌으나 왜 이러한 염색체 돌연변이가 생기는지 환경적 요인은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이와 관련해 성 교수는 “염색체 이상이라고 하면 간혹 유전되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자녀에게로 유전되지 않는 염색체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밝혀진 환경적 요인이 없지만 흡연이 병의 조절을 어렵게 만든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암에 걸렸다고 하면 흔히 주위에서 큰 병원을 가라고 말한다. 이를 두고 성 교수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은 국제적인 치료지침에 따라 경구항암제를 복용하므로 병원 규모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질 수 없다. 혈액내과 전문의라면 표준 치료지침을 넘어선 진료를 하지 않을 것이므로 집에서 먼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는 게 별 의미가 없고 오히려 환자와 보호자에게 경제적·체력적 손실을 많이 안겨준다”고 말했다. 이어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주된 치료가 경구용 표적치료제여서 외래에서 치료가 가능하다. 고려대 안산병원에서는 암전문 간호사와 약사가 복약지도를 하고 영양사가 식단교육을 한다. 이는 투약순응도를 올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질환을 장기간 잘 조절하기 위해 환자들이 명심해야 할 사안에 대해 물었다. 성 교수는 “환자는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혈액검사, 골수검사, 세포유전학적 반응 및 분자유전학 반응 등 치료(약)에 대한 반응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반응평가’는 현재 치료법을 유지할지, 변경할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골수검사는 다소 불편한 과정이지만 혈액 검사로 진행하는 분자유전학적 검사와 더불어 암 유전자의 양적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김단비 쿠키뉴스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