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건강한 편이었던 최모(65·여)씨는 2주째 병원에 입원 중이다. 지난달 20일 오전 6시쯤 화장실에서 넘어진 게 시작이었다. ‘잠을 설쳐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잠시 집을 나선 최씨는 두 차례 더 넘어졌다. 말도 어눌하게 나왔다. 2번쯤 토하고 오전 11시쯤에야 최씨는 딸의 차를 타고 병원을 찾았다. ‘급성 뇌경색증’이었다.
가벼운 뇌졸중 증상을 처음 겪은 뒤 최씨가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5시간. 최씨는 뇌졸중의 ‘골든타임’인 3시간을 놓쳤다. 3시간 안에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지 않으면 심각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현재 최씨는 몸의 반쪽이 마비 상태다. 최씨의 담당의사는 “자꾸 넘어지고 어지럽고 구토감이 왔을 때 뇌졸중을 의심하고 지체 없이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왔어야 했다”고 말했다.
급성 뇌졸중이 발생한 환자 중 최씨처럼 구급차를 이용하지 않은 경우가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1개 종합병원에 대한 ‘2014년 급성 뇌졸중 평가’ 조사 결과, 뇌졸중 환자 중 구급차를 이용해 응급실로 온 경우는 55.8%였다고 2일 밝혔다. 구급차를 이용한 환자는 평균 2시간34분 안에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8시간3분이나 걸린 것으로 나왔다. 구급차 이용 여부에 따라 응급실 도착 시간이 5시간 이상 차이가 난다는 조사 결과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뇌세포는 몇 분간이라도 혈액 공급이 안 되면 손상을 입고, 한 번 죽은 뇌세포는 다시 살릴 수 없다. 뇌경색 급성기에는 뇌혈관을 막고 있는 피떡(혈전)을 녹이는 혈전용해제를 3시간 안에 주사해 뇌혈관에 피를 다시 흐르게 해야 한다. 최대한 빨리 병원에 도착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응급처치인 것이다.
심평원이 조사한 전국 201개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 중 95% 이상은 초기진단·초기치료·예방교육 등을 성실히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42개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해 절반 정도는 98점 이상으로 1등급을 받았다. 5등급을 받은 5개 기관(온누리병원 운경의료재단곽병원 석경의료재단센트럴병원 자산의료재단제천서울병원 한양의료재단남양주한양병원)은 정부 지원금을 덜 받게 된다.
심평원 관계자는 “급성기 뇌졸중 증상이 나타났을 때 먼 거리에 있는 대형 병원을 가는 것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 가까운 병원에서 빨리 치료를 받아야 반신마비 등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 결과는 심평원 홈페이지(hir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뇌졸중 ‘골든타임’ 3시간… 구급차 부르면 지킨다
입력 2014-06-03 03:35 수정 2014-06-03 0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