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세습, 재산권 대물림… 개인 탐욕 개입되는 악습”

입력 2014-06-03 02:33 수정 2014-06-03 04:31

“(교회)세습은 교회의 거룩함을 파괴하고, 주님의 교회를 개인 소유로 전락시키는 행위다.”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방배로 백석신학원에서 제8회 학술대회를 열어 교회세습의 문제점을 꼬집고, 건강한 목회지도력을 계승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발표자들은 교회세습의 주요 원인으로 교회의 사유화를 꼽았다.

기독교학술원장 김영한(사진) 박사는 목회 세습과 교회 세습을 구분 지으며 “목회 세습은 재산권이 아닌 신앙과 정신적 품성만을 물려주는 것이기에 좋은 전통이 될 수 있으나, 교회 세습은 재산권 대물림으로 인간의 탐욕이 개입되는 악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직매매나 세습은 4세기부터 교회의 문젯거리였다”며 “340년 경 안디옥 종교회의에서는 감독이 죽기 전 아들이나 동생, 다른 친척을 감독으로 임명하는 일이 빈번해 이에 대한 금령을 내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교회 세습을 합리화하는 근거에 대한 비판도 제기했다. 김 원장은 “교회 세습을 구약시대 제사장의 세습에서 찾는 것은 구약과 신약의 불연속성을 간과한 것”이라며 “신약 시대 목사는 주님께서 불러 사명을 주시며 양의 무리를 치도록 맡기신 ‘소명직’”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개혁교회의 목회자는 레위인의 제도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레위인처럼 성별(聖別)된 삶을 살아야 한다”며 “교회의 목회권 계승은 혈육으로의 세습이 아닌 소명권을 계승하는 것으로 반드시 주님께 목회의 소명을 받은 자에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구약의 선지자들은 사회 윤리를 중시했지만 오늘날 많은 목회자들의 윤리의식은 세상 사람들만 못하다”며 “목회자들은 세습을 금지하자는 시대의 정당한 요청을 수용하고, 건강한 목회 승계를 위한 제도 및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치와 경영연구소 소장 김승진(산본영광교회) 목사는 교회 세습에 대해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가진 목회자가 교회의 성장을 자신의 공로로 여기는데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들은 건강하게 교회를 이끌 목회 후계자를 양성하기보다는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신의 가족에게 교회를 물려준다”고 설명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