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 25주년’ 앞둔 베이징, 보안요원 10만명 배치

입력 2014-06-03 02:17 수정 2014-06-03 04:31
중국 정부가 6·4천안문 사태 25주년을 앞두고 초비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불법 집회를 주도하거나 외국 언론에 중국 정부를 비난하는 발언을 할 만한 인사나 단체는 사전에 철저히 격리시키는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라오는 천안문 사태 관련 글은 속속 삭제하는 등 인터넷 통제도 더욱 강화했다. 베이징 일대에는 보안요원 10만여명이 요소요소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문광장 주변에는 새로 바리케이드를 친 채 몸수색을 거친 뒤에야 광장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소식통들은 2일 “올해의 경우 당국의 6·4 관련 대비 태세가 지난 25년 사이에 가장 엄중하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미국에 서버를 둔 반체제 인터넷 매체 보쉰은 전국의 군대와 무장경찰, 소방 당국이 ‘고급 임전태세’에 들어갔다고 표현했다. 정부기관과 안전부문은 자체 시설 보호를 시작했고 소방차들은 거리에서 즉각 출동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천안문 사태 25주년과 위구르족 테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이미 여성 언론인 가오위, 인권변호사 푸즈창 등을 잡아들인 데 이어 천안문 사태 당시 유가족 모임인 ‘천안문 어머니회’에 대해서도 24시간 감시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천안문 어머니회는 5년 마다 지내오던 희생자들을 위한 추도회를 여는 것마저 올해는 불가능한 형편이라고 밝혔다.

천안문 사태 당시 강경 진압을 반대했던 자오쯔양(趙紫陽) 전 총서기의 비서 바오퉁(81)도 지난달 30일 공안에 전격 체포됐다고 BBC 중문망이 전했다. 그가 외국 언론 취재에 응해 중국 정부를 곤란하게 만드는 발언을 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됐다. 바오퉁은 자오쯔양이 실각한 뒤 7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했다. 자오쯔양은 16년 동안 가택연금을 당한 뒤 2005년 사망했다.

아주주간 기자 출신으로 홍콩 시사잡지 검보와 신유월간 창립자인 왕젠민과 아주주간 전 편집인 궈중샤오도 광둥성 선전에서 당국에 체포됐다. 이들은 중국 체제를 비판하는 글을 써왔다. 한 소식통은 “지금까지 당국에 체포된 인사들 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콩에서는 1일 3000여명이 천안문 사태 재평가를 요구하며 가두행진을 벌였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를 지지하는 시위대와 설전을 벌이는 등 험악한 상황이 벌어졌으나 경찰에 의해 진정됐다.

보쉰은 4일 당일에는 중국에서 ‘6월에 날리는 눈’이라는 이름의 대형 행위예술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천안문 사태의 진상을 기록한 종이가 하늘에서 수없이 흩날리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층빌딩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A4 용지를 찢어서 함께 날리면 이에 동참할 수 있다고 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