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 위해 3점홈런 쓰으∼리런 외쳐 시청자들은 애드리브 좀 그만하래요”

입력 2014-06-03 03:35 수정 2014-06-03 04:31
올해 시즌 처음으로 프로야구 중계 마이크를 잡은 KBS N 스포츠 강성철 캐스터(오른쪽)가 선배이자 멘토인 권성욱 편집기획팀장과 목동구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효상 기자

KBS N 스포츠 강성철 캐스터는 요즘 정신이 없다. 입사 6년차. 생중계가 떨리는 시기는 지났다. 재치 있는 프로농구 캐스터로 주목도 받았다. 하지만 프로야구 중계는 어렵기만 하다. 모니터를 번갈아 보며 쏟아지는 PD들의 주문을 소화하다 보면 4시간에 달하는 경기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다.

2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만난 강 캐스터는 “야구 중계는 정말 어렵다”고 말문을 열었다. 아무 일 없다가 느닷없이 급박한 상황이 펼쳐져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빠른 템포로 공의 흐름에 집중하는 농구에 비해 야구는 정적인 순간을 채울 지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요즘 닥치는 대로 야구 관련 서적을 탐독하는 이유다.

강 캐스터는 특유의 ‘샤우팅 중계’로 10년 가까이 주가를 높인 권성욱 캐스터가 자리를 옮기면서 올 시즌부터 야구 중계를 맡았다. 처음이라 실수도 많았고 오해도 받았다. 삼성 라이온스 3루수 박석민을 채태인으로 잘못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강 캐스터는 “선수 이름을 틀릴 때가 제일 아찔하다”며 “곧장 실수를 깨닫고 바로 잡아도 식은땀이 흐른다”고 했다. 이어 “2루수와 유격수는 매번 헷갈린다. 급한 상황에서 말이 허투루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일부 팬들에게는 ‘삼성 편파중계’라는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는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칠 때 과하게 소리를 쳤는데 오해가 생겼다”며 “어릴 때 LG 트윈스 어린이 회원이었지만 특정 팀을 응원하지는 않는다”고 편파중계 논란에 손사래를 쳤다.

강 캐스터의 멘토인 권 캐스터가 강 캐스터의 인터뷰 소식을 듣고 목동구장을 찾았다. 권 캐스터는 “잘하고 있다. 세세하게 모니터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방향성을 잡아주려고 한다”며 “캐스터란 직업 자체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닌 만큼 자기만의 중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늘 강 캐스터에게 따끔한 충고로 일침을 놓는다.

선배의 조언에 강 캐스터는 “재미있는 중계가 목표”라고 답했다. 분석적으로 다가가는 전문적인 중계도 필요하지만 누구나 쉽게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중계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지난 3개월 동안 다른 캐스터와 차별화를 가지기 위해 3점 홈런을 ‘쓰으∼리런’이라고 일부러 길게 발음하기도 했다. 그는 “시청자들이 과도한 애드리브를 그만하라고 해 주눅이 들었지만 더 열심히 하라는 응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포츠 캐스터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하자 “화려하면서도 힘든 직업이다. 경험이 중요한 만큼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쌓는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보였다.

김동필 인턴기자 mymedia0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