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체들, 음악시장 넘보는 까닭은 마니아용 고급제품 대중화… 스트리밍과 신사업 ‘양날개’

입력 2014-06-03 03:35 수정 2014-06-03 04:31

IT 업체들이 개인용 음악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음악 이용 형태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거실에 있는 오디오가 음악을 듣는 중요한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에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연결해 음악을 감상하는 게 보편화 됐다.

SK텔레콤은 아남전자와 휴대용 고음질 무선인터넷(와이파이·WiFi) 오디오 제조, 판매 및 관련 서비스 제공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일 밝혔다. 양사는 협업을 통해 소수의 오디오 마니아들만 누리던 ‘고음질 경험’을 일반 소비자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가장 널리 이용되는 MP3 파일보다 고음질 음원을 재생할 수 있는 휴대용 오디오를 만들고 여기에 와이파이 기능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제품 기획, 외부 디자인 및 사용자경험(UX) 개발 등을 맡고, 아남전자는 하드웨어 설계, 제조, 품질검사, 사후관리 등을 전담한다. 아남전자는 야마하, JVC, 데논 등 글로벌 음향기기 업체의 제조업자 설계생산(ODM)을 맡는 등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ODM은 제조업체가 직접 기술개발을 하고 제품을 만들면 이를 납품받은 업체에서 파는 방식이다. 아남전자는 지난해 매출 1342억1900만원, 영업이익 2억63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95.6%가 오디오 기기 ODM에서 발생했다.

SK텔레콤은 과거 MP3 제조업체로 명성을 날렸던 아이리버 인수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리버는 고음질 휴대용 오디오 아스텔앤컨을 제조·판매 중이다.

SK텔레콤의 행보는 스마트폰을 통해 좀 더 좋은 음질로 음악을 감상하려는 요구가 높아지는 추세에 발맞춘 것이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오디오 시장은 위축되고 있는 반면 국내 헤드폰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해 왔다. 2009년 700억원 규모이던 시장은 지난해 1200억원까지 커졌다. 국내 헤드폰 시장 1위 업체인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프리미엄 헤드폰, 블루투스 이어폰 등 제품의 수요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IT 업체도 관련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20만∼40만원대의 프리미엄 오디오 기기 ‘레벨’을 국내에 출시했다.

소니, 젠하이저, 비츠 일렉트로닉스 등 해외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을 탈환하겠다는 목표다. 갤럭시 시리즈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만큼 ‘레벨’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외에서 음원 스트리밍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애플은 최근 비츠 일렉트로닉스와 비츠 뮤직을 30억 달러(약 3조70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에 인수했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인수 발표 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번 인수는 애플의 미래 생태계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음악 사업이 애플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메시지다.

애플은 이번 인수로 헤드폰 라인업과 아이튠즈 음원 스트리밍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