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반군 탈레반에 붙잡혀 있던 미군 포로 보 버그달 병장이 석방되면서 5년 가까운 억류 생활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탈레반 강경 무장단체 ‘하카니 네트워크’의 한 지도자는 1일(현지시간) AF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억류 생활 중 버그달 병장의 일화들을 소개했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버그달 병장을 생포해 억류한 것으로 알려진 무장단체다.
익명을 요구한 이 지도자는 “버그달은 절대로 그의 종교가 기리는 휴일을 그냥 지나친 적이 없었다”면서 “감시자에게 ‘크리스마스 혹은 부활절이 몇 주 후에 온다’고 꼭 알려줬고 감시자들과 이를 함께 즐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조직원들이 버그달에게 이슬람교를 설파하고 관련 서적도 줬지만 버그달은 ‘세속’에 더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버그달은 배드민턴을 치거나 식사 준비를 돕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고, 특히 배드민턴을 좋아해 많은 조직원한테 가르쳐주기도 했다고 한다. 버그달은 육류를 좋아하는 다른 조직원들과는 다르게 채소류를 선호했으며 카와(아프간 녹차)에 빠져 하루 종일 마시기도 했다. 억류 생활 중에 파슈툰어(아프간어)와 다리어(페르시아어의 일종)를 익혀 능숙하게 말할 정도가 됐다. AFP통신은 버그달의 이 같은 억류 생활에 대해 하카니 네트워크가 그를 중요한 자산으로 봤으며 해하는 게 오히려 손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치권에서는 버그달 병장과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돼 있던 탈레반 지도자 5명의 맞교환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CBS 방송에 “풀려난 5명의 탈레반은 수천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자들”이라면서 “극렬분자 중에서도 가장 극렬한 인물들”이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애덤 킨징어 하원의원은 “5명이나 되는 탈레반 간부를 의회를 거치지도 않고 풀어준 것은 잘못”이라며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다. 관타나모 죄수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때는 30일 전에 의회에 알리도록 돼 있다. 하지만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포로 맞교환 직전 의회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가니스탄에 머물고 있는 헤이글 장관은 “군이 버그달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버그달은 전쟁 포로였고 포로를 송환하는 것은 정상적인 절차”라고 반박했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CNN에 출연해 “버그달의 건강이 좋지 않아 30일을 기다릴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도 법률이 예외를 인정한 ‘특별하고 긴급한 상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탈레반에 배트민턴 전수… 부활·성탄절 꼭 지켜” 美 버그달 병장 억류 생활
입력 2014-06-03 02:17 수정 2014-06-03 0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