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네거티브 혼탁선거가 유권자 판단 흐린다

입력 2014-06-03 02:33 수정 2014-06-03 04:31
6·4지방선거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로는 1995년 이래 여섯 번째다. 광역단체장과 광역의원,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을 주민이 직접 뽑도록 한 지 19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지방자치제는 겉돌고 있다.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자립도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주민들의 무관심과 투표 잘못 때문이란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방선거에서는 국가 경영을 책임질 인물을 뽑는 대선이나 총선과 달리 지역 발전을 위한 일꾼을 뽑아야 하는데도 유권자들은 세 선거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문제다. 지방선거 때마다 여야 중앙당이 사생결단의 승부를 걸기 때문에 주민들이 정작 자신의 실생활에 도움이 될 후보를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교육자치를 위해 함께 실시하는 시·도 교육감 선거도 마찬가지여서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 논리에 휘말려 왜곡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 선거의 경우 ‘깜깜이 선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권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여부로 논란을 빚는 바람에 후보 공천이 늦어진 데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선거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유권자 한 명이 최다 7표씩 행사해야 하는데 도대체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름이 알려진 광역단체장 후보를 빼고는 후보들의 면면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묻지마 줄투표’다. 여야 지지 성향에 따라 특정 정당 후보들을 모두 찍어버리는 방식을 말한다.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스스로 포기하면서 중앙정치 예속을 자초하는 행위다. 지방선거야말로 정당이 아니라 후보 역량 위주로 표심을 행사해야겠다.

후보 평가는 공인으로서의 자격과 공약의 적절성 여부를 근거로 해야 한다. 학·경력과 전과, 납세, 병역 등을 면밀히 살펴 주민 대표로서의 됨됨이를 갖추고 있는 사람인지 판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약의 경우 실현 가능성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예산 확보 계획도 없는 부실 공약에 현혹되지 않도록 유의해야겠다. 가정으로 배달된 선거공보물은 이런 판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선거 막판에 불거지는 네거티브 논란에 대해서도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네거티브 전략은 주로 승산이 희박한 후보가 최후 수단으로 사용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전국적으로 네거티브 공세와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다. 선거전의 막판 과열·혼탁은 유권자들에게 후보 판단을 흐리게 하기 때문에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

서울시장 선거와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까지 네거티브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측의 주장에 설득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시와 서울교육의 발전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이어서 아쉬움을 더한다. 지방선거의 간판 후보를 뽑는 선거가 너무 지엽적인 논란에 매달려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