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 클라이머, 김자인… 이탈리아 암벽 잇따라 올라

입력 2014-06-03 03:35 수정 2014-06-03 04:31
‘스포츠클라이밍 여제’ 김자인이 지난달 22일 고난도 자연 암벽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아르코의 레이니스 바이브스를 오르고 있다. 여성 클라이머 가운데 레이니스 바이브스를 오른 것은 김자인이 두 번째다. 올댓스포츠 제공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간판 김자인(26)이 한국 여성 최초로 세계에서 가장 등반하기 어려운 등급의 자연 암벽 등반에 성공했다.

매니지먼트사 올댓스포츠는 김자인이 지난달 20일과 22일 이탈리아 아르코의 바위벽인 비비타 비올로지카와 레이니스 바이브스에 차례로 올랐다고 2일 밝혔다. 올댓스포츠는 “언론 보도로 노출된 등반 기록을 따질 때 이 두 루트의 완등자는 극히 드물고 여성으로는 김자인이 세계에서 두 번째”라고 설명했다.

비비타 비올로지카, 레이니스 바이브스는 산악계에서 통용되는 요세미티 난도로 따지면 5.14b, 5.14b/c급에 해당한다. 5.14(a∼d)급은 인력으로는 도저히 올라갈 수 없는 암벽에 매겨지는 난도다.

실제 레이니스 바이브스는 총 35m의 매우 긴 루트를 가진 자연 암벽이다. 이곳은 경사가 심한 오버행(바위 일부가 지붕 모양으로 튀어나온 것) 구간과 직벽(수직에 가까운 암벽) 구간이 연결되는 루트다. 루트 중간 중간 엄청난 근력이 필요한 데다 천장 구간에는 몸을 지탱하기 어려울 정도의 작은 홀드(손잡이로 사용할 수 있는 바위의 요철)들이 넓은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어 완등한 클라이머가 극히 드문 루트다.

앞서 김자인은 지난달 7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조비산 바위 봉우리의 운요선경(雲樂仙景·5.14a급)을 완등해 한국 여성 최초로 ‘5.14 클라이머’ 타이틀을 얻은 바 있다. 김자인은 “2주 전에 5.14 클라이머의 꿈을 이뤘는데 또 성공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며 “꿈을 하나하나 이루는 느낌이 좋다. 앞으로도 즐겁게 등반하면서 도전을 이어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자인은 어렵게 꾸민 인공암벽에 누가 더 높이 오르는지 겨루는 종목인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여자부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무릎 부상 방지를 위해 볼더링 월드컵 시즌에 불참한 김자인은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등을 찾아 인공 암벽 등반과 함께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연 암벽 등반도 병행하고 있다. 김자인은 이달 20일 열리는 올 시즌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 리드 1차 월드컵에 출전, 정상 수성에 나선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