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앞으로 다가온 6·4지방선거는 ‘S·A·F·E(Safety·Angry mom·Family·Elder, 안전·앵그리맘·가족·장노년층)’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이번 선거는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안전 관련 정책 및 이슈가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야당은 앵그리맘(Angry mom)이 정권심판론에 앞장서주길, 여당은 50세 이상 보수층이 구원투수로 등판해주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유력 후보들의 가족을 둘러싼 진실공방과 네거티브 전술도 선거판에 혼란을 더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누군가는 ‘세이프’되고, 누군가는 ‘아웃’되는 정치적 후폭풍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모든 이슈는 안전으로=세월호 참사로 모든 선거 이슈와 정책은 ‘안전’이 주도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외치며 정권심판론까지 내걸었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2일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래야 엄마들이 자식을 내보내고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외쳤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에서 앞 다퉈 안전 공약을 내걸었다. 여야 서울시장 및 경기지사 후보들은 하나같이 ‘재난 컨트롤타워 구축’이 주요 공약이다. 인천의 경우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는 해양물류안전센터 구축을, 새정치연합 송영길 후보는 시민안전기금 1000억원을 약속했다. 다른 지역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와 새정치연합 박원순 후보가 ‘농약 급식’ 논란을 둘러싼 먹거리 안전 공방을 펼치고 있다. 서울에서 지하철 추돌사고가 발생하자 노후 지하철 전면 교체 계획도 발표됐다.
◇앵그리맘, 그들의 선택은=앵그리맘은 세월호 참사를 당한 고교생들과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둔 40대 엄마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이들은 정치적 성향을 떠나 자식을 잃은 부모로서 정부의 무능함에 분노하고 질타하고 있다. 앵그리맘의 집단적 움직임은 40대 유권자의 표심을 좌우할 수 있다. 때문에 야당은 앵그리맘의 분노가 투표 및 지지로 이어질 경우 경합지역에서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반대로 여당은 앵그리맘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단 지난달 30·31일 실시된 사전투표에서 앵그리맘은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40대 여성은 8.55%의 투표율을 보여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앵그리맘의 정치 불신이 심해져 투표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들이 마음을 돌려 본 선거에 적극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선거 이후에도 앵그리맘은 당분간 선거 표심을 읽는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초·중·종반을 장식한 가족 이슈=선거 초반에는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의 아들이 선거판에 큰 파장을 낳았다. 정 후보 아들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국민정서가 미개하다”고 발언을 한 것이다. 정 후보는 눈물의 사과를 했으나 새정치연합 박원순 후보에게 승기를 내주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박 후보는 부인 강난희씨 문제로 새누리당으로부터 공격을 당했고,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강씨가 보이지 않자 잠적설, 출국설 등 음모론이 제기됐다. 강씨는 지난달 30일 사전투표에 참여하며 3년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논란을 잠재웠다.
이어 31일에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나선 고승덕 후보의 딸이 가족사를 폭로했다. 장녀 희경씨가 “자식에게 등 돌린 아버지”라며 비판하고 나섰고, 고 후보는 문용린 후보 측이 연계된 “공작 정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에 터진 이슈라 표심을 측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장·노년층, 숨은 표 결집시킬까=50세 이상 장년층과 노년층은 여전히 선거판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들이 숨은 보수표를 결집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사전투표에서 50, 60대는 전체 평균을 넘는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선거 당일 이들이 여당 후보들에게 몰표를 던질 경우 전체 판세가 적잖이 뒤바뀔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최근 몇 년 선거에서 50대 이상은 강력한 응집력을 보였다.
이들이 세월호 참사·국정 운영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보수본색을 발휘한다면 코너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한숨을 돌릴 수 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기획-6·4지방선거 핵심 키워드] 세이프냐 아웃이냐… ‘S·A·F·E’가 후보 운명 가른다
입력 2014-06-03 03:35 수정 2014-06-03 0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