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름다운 한국어 오페라가 나온다면 꼭 한 번 도전하고 싶어요.”
세계적인 소프라노 홍혜경(56)이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메트) 오페라에 데뷔한 지 30년을 맞아 12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 무대를 마련한다. 공연을 앞두고 2일 예술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그는 밝고 활기찬 목소리로 “오랜만의 한국 공연인데 잘 해야죠”라고 말문을 열었다.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을 나온 그는 1984년 메트 오페라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2년 후에는 모차르트 오페라 ‘티토왕의 자비’에서 왕이 사랑하는 여인 세르빌리아 역으로 메트 무대에 데뷔했다. 당시 현지 언론들은 그의 노래와 연기에 대해 “18세기 그림에서 튀어나온 여인 같다” “은빛 목소리의 주인공”이라고 평했다.
30년 전의 감흥에 대해 그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사실 콩쿠르 우승 이후 창녀 등 다른 배역을 제안 받았어요. 하지만 저에게 맞지 않아 모두 거절하고 2년을 기다린 끝에 무대에 올랐죠. 연기 동선과 아리아를 어떻게 했는지 아직도 눈에 선한데, 착한 여자의 캐릭터를 품위 있고 즐겁게 했어요. 제 생애 가장 뜻 깊은 날이었죠.”
그는 “메트 오페라 여자 가수 중에서 나보다 일찍 데뷔한 사람은 없다”며 “이젠 내가 메트의 안방마님이 됐다”며 웃었다. “오페라단에 있으면 ‘이것 해라 저것 해라’ 유혹이 많아요. 하지만 자신의 목소리 특징과 한계를 알고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해요. 젊은 성악가들이 목소리를 소비하다 몇 년 안가 무대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동양인의 한계를 딛고 메트 오페라에서 30년간 주역을 맡은 비결이 무엇인지 물었다. “첫째는 목소리가 좋아야 해요.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끊임없는 공부도 필요해요. 오페라단은 일종의 회사인 만큼 여러 사람이 서로 존중하며 화음을 이뤄야 해요. 크리스천으로서 ‘하나님의 사랑은 똑 같다. 다른 사람에게 받고 싶은 만큼 베풀어라’는 말을 늘 새기고 있어요.”
4년 만에 갖는 이번 공연에서는 데뷔작 ‘티토왕의 자비’ 중 ‘그를 위한 당신의 눈물’,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 ‘그리운 시절은 가고’, 푸치니의 ‘라보엠’ 중 ‘내 이름은 미미’ 등 주옥같은 아리아를 들려준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레퍼토리를 골랐다”며 “혼자 아리아를 부르는 게 아니라 관객들에게 설명해가면서 함께 즐기는 무대”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공석인 국립오페라단 단장을 제의받은 것에 대해 “한국 오페라계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단장을 맡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좀더 지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요. 젊은 성악가들에게 저의 경험을 들려줘 좋은 멘토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라면 한국의 감성을 담은 좋은 작품의 주인공을 맡아 ‘오페라 한류’에 기여하는 겁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 소프라노 홍혜경씨 “앞으로 목표는 ‘오페라 한류’ 기여하는 것”
입력 2014-06-03 02:33 수정 2014-06-03 0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