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핵 도미노 현상’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워싱턴 외교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북한 핵에 실제 위협을 느끼는 주변국에서 나온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또 하게 되면 모든 나라들이 ‘우리도 핵 무장을 할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명분을 주게 돼 핵 도미노 현상과 같은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안보 전문가들은 한국이나 일본의 핵 보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동북아 정세가 북한 변수와 함께 동·남중국해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일부 시각도 있다.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30일 미국 안보소식지인 ‘넬슨 리포트’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이 핵 도미노 현상을 자국의 핵심이익을 해치는 것으로 보는 만큼 박 대통령이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막기 위해 중국이 더 적극 나서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의 자카리 켁 부편집장은 “핵 도미노 현상은 북한이 야기하기보다 중국의 패권주의적 외교행태가 일본으로 하여금 핵 무장이 매력적인 옵션이 되게끔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릴 킴볼 미국 군축협회(ACA) 사무총장은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핵무기를 원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일본 사람들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가 6자회담 재개 조건을 놓고 협의하기로 하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회동한다.
우리 정부는 최근 방한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으로부터 적극적인 회담 참가 요청을 받은 데다 이달 중 예상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도 앞두고 있어 어떻게든 진전된 입장으로 협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황 본부장도 전날 워싱턴에 도착해 기자들을 만나 “6자회담 재개는 적절한 대화 재개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적절한 조건’을 언급한 것 자체가 회담 재개 의지가 더 강해졌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미국이 얼마나 호응해줄지가 관건이다. 최근 미국에서 한반도 이슈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상황이고, 또 미·중 관계도 악화일로여서 미국이 순순히 중국에 회담 성사라는 선물을 안겨줄지 의문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朴 대통령 ‘핵 도미노’ 발언에 美 외교가 반응 민감
입력 2014-06-03 03:35 수정 2014-06-03 0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