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첫날부터 삐거덕거린 세월호 國調 실망이다

입력 2014-06-03 02:17 수정 2014-06-03 04:31
세월호 침몰 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활동 첫날부터 파행했다. 당초 국조특위는 2일 진도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위로하고 본격적인 특위 활동에 앞서 이들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었다. 유족들의 요구였고 여야도 지난달 29일 국정조사계획서를 채택할 때 흔쾌히 동의한 사안이다. 그런데 출발 직전 새누리당의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 통보로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반쪽 현장방문이 돼 버렸다.

새누리당 소속 심재철 특위위원장은 “풍랑이 거세 바지선이 다 피해 있고 부상 치료를 위해 일부 가족도 빠져나간 상황이라 가족들이 다시 날을 받아서 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유족들이 원치 않아 가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유족 측 설명은 다르다. 범정부대책본부로부터 “일정이 변경됐다”는 통보를 받았을 뿐 오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유족들은 누구보다 빠른 국정조사를 원했다. 그런 유족들이 국조위원들에게 현장방문 연기를 요청했을 개연성은 매우 낮다. 새누리당이 6·4지방선거를 의식해 투표일 이후로 의도적으로 일정을 늦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동안 여야는 수없이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과 성역 없는 조사를 약속했다. 논란 끝에 청와대를 조사 대상 기관에 포함시키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사실상 증인으로 채택한 것은 그런 노력의 하나로 해석됐다. 국민들도 국정조사를 통해 적잖은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국민을 실망시켰다. 팽목항에는 실종자를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이 가눌 수 없는 고통과 슬픔 속에 머물고 있다. 시나브로 국민의 관심도 멀어지고 있다. 이들을 위로하는 건 국조특위 위원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그런 일마저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걸 보면 국정조사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뻔하다. 실체적 진실에 대한 접근보다 정쟁으로 허송할 국정조사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새로운 진실을 밝혀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국민에게 더 큰 분노와 좌절을 안겨주는 국정조사는 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