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선언은 모바일이 인터넷을 삼킨 상징적인 사건이다. 화들짝 놀란 언론들이 이렇게 표현했다. 인터넷 포털 2위인 다음이 모바일 메신저의 절대 강자인 카카오를 흡수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합병회사의 주인은 카카오라는 점에서 그런 평가가 나온 것 같다. 두 회사의 합병은 대한민국 인터넷과 모바일 업계의 생태계를 뒤흔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기도 하다.
그러니 온라인 뉴스의 플랫폼과 유통 시장 판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휘몰아칠 것이라는 데 별 이견은 없는 것 같다. 바야흐로 PC 중심에서 모바일 중심의 뉴스 소비가 대세로 바뀐 시점에 두 회사의 합병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9∼10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2013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신문과 방송 2014년 3월호)에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뉴스 열독률(55.3%)은 PC를 이용한 열독률(50.7%)을 앞질렀다. 종이신문 열독률은 33.8%에 불과했다. 2012년과 비교할 때 종이신문 열독률(40.9%→33.8%)과 PC 인터넷 열독률(57.4%→50.7%)이 하락한 반면 모바일 인터넷을 통한 열독률(47.4%→55.3%)이 상승한 결과다.
이처럼 모바일이 PC를 앞지르는 변곡점에서 다음카카오의 합병은 그 자체만으로 PC에 이어 모바일 뉴스를 독점하고 있는 네이버와 양강 구도 형성에 성공한 모양새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난 4월 현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이용자는 네이버 1664만명, 다음 705만명이다. 월간 페이지뷰는 네이버가 14억9000만건, 다음이 7억6000만건으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방문자 기준 포털뉴스 분야에서도 네이버는 PC(49.3%)보다 모바일(63.9%)에서 점유율이 높았고 다음은 PC(35.3%)보다 모바일(27.6%)에서 더 고전했다(랭키닷컴).
하지만 이용자 2554만명에 이용시간이 네이버의 두 배가 넘는 카카오톡이 가세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다음카카오의 이용자를 단순 합칠 경우 3200여만명으로 네이버의 두 배 수준이다. 이러한 강력한 카카오의 플랫폼에 다음의 콘텐츠가 얹혀지면 네이버를 위협하고도 남을 것이란 시각이 다수다.
일부 전문가들은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오직 1위를 위해 숙명의 경쟁을 펼치면 이용자 입장에서 만족도와 편리성이 훨씬 제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력한 뉴스 플랫폼과 혁신적 이용자 친화적 서비스가 마련됐다고 해서 그 안에 채워질 뉴스 콘텐츠까지 최상의 품질을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고품질 뉴스의 생산은 언론사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언론사들에 다음카카오의 합병이 반가운 일은 아니다. 또 하나의 ‘슈퍼갑’ 탄생이란 시선이 더 강하다. 언론사가 플랫폼을 갖는 기대는 사라졌다는 장탄식마저 흘러나온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선의의 경쟁을 하고 언론사들이 생산한 고품질 뉴스가 넘쳐나는 상생(相生)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언론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네이버의 독주가 이어져 온 지난 10년간 뉴스는 자본의 논리에 밀려 ‘비지떡’ 신세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은 언론사 탓이겠지만 자본과 시장을 지배한 포털의 책임이 더했으면 더했지 부족하진 않다. 온라인 뉴스 시장에서 최소한의 언론윤리와 공적·사회적 책무의 회복이 절실한 이유다.
다음카카오는 네이버가 지난해 ‘상생과 공정’이란 이름 아래 비판에 직면했던 것을 깊이 상기할 만하다. 다음카카오가 정식 출범하는 10월까지 앞으로 4개월, 합병이 그들만의 ‘머니게임’이었는지, 아니었는지 똑똑히 지켜볼 일이다.
정재호 디지털뉴스센터장 jhjung@kmib.co.kr
[돋을새김-정재호] 다음카카오 출현 그 이후
입력 2014-06-03 02:33 수정 2014-06-03 0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