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한가운데 잡초에도 하나님 손길”

입력 2014-06-04 02:29 수정 2014-06-04 15:34
2006년부터 7년2개월 동안 전 세계 112개국을 자전거로 달린 청년 문종성(33). 6차례 강도를 만나고 2차례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라리아에도 걸렸다. 걸핏하면 굶었다. 힘들었다. 가장 힘든 때는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한 황홀한 순간이었다고 한다. 나눌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걸 나누기 위해 광야 여행기 ‘떠나보니 함께였다’(두란노)를 최근 출간했다. 이른 더위가 찾아온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그를 만났다.

-긴 시간 자전거 여행을 했다. 어떤 걸 가장 많이 느꼈나.

“하나님은 내가 하나님을 찾을 때나 찾지 않을 때나 항상 나와 함께 계신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시험, 결혼, 병마 등 내게 중요한 삶의 고비에서 하나님을 찾는다. 여행해 보니 하나님은 내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항상 함께 계시더라.”

-책 제목과 일맥상통하다. 그런 걸 느낀 순간이 많았나.

“(미소) 페루 사막 한복판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지치고 목말라 자전거 핸들을 바닥에 던지다시피 하고 쓰러졌다. 시선을 돌렸는데 사막 한가운데 잡초 한 포기가 있었다. 하나님이 그 황량한 사막에도 생명을 허락하신 것이다. 그 이후 작은 것들에도 모두 하나님 손길이 닿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됐다. 우리 모두 하나님이 주신 ‘생명’이라는 뿌리를 갖고 있다. 그 뿌리는 하나님의 사랑이다. 그런데 우리는 뿌리에서 자란 화려한 열매를 가치 있게 여긴다. 사회적 인정, 부와 권력, 명예를 중요시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성과주의, 성공에 대한 비판으로 들린다.

“그리스도인이 범하는 치명적 오류 중 하나가 모든 일에 꼭 열매를 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열매중독증’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 교회 차원의 선교나 전도도 그렇고, 개인적 삶에서도 성공을 열매로 여기며 추구한다. 하나님은 결과보다도 과정, 준비하는 마음을 소중히 여기신다.”

-책의 주요 내용은 7년여 동안 경험한 광야에 대한 기록인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순간들,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다 있다. 아이티에서는 아이들이 진흙 쿠키를 만들어 먹고 있었다. 그걸 20개 1달러에 사고판다. 먹을 게 없어서(한숨). 이슬람국가 코트디부아르에서의 한 밤은 잊을 수가 없다. 내전이 일어날 것 같다는 소식이 전해져 빠져 나가려고 사방팔방 알아보던 중이었다. 저녁이 됐는데 어디선가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이 들려왔다. 누군가 색소폰을 연주했다. 전쟁 직전 이슬람국가에서 찬송가는 너무 아름다웠다. 그 어딘가에 하나님이 계신 것 같았다. 우연히 묵게 된 일본의 한 교회에서는 아침 큐티 시간에 목사님으로부터 지난 역사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씀을 들었다. 용서는 하나님이 하신다는 걸 느꼈다.”

-오랫동안 여행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우리 사회나 청년들에게 어떤 인상을 받았나.

“올해 초부터 서울 노량진 강남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노량진은 전국에서 각종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모이는 곳이다. 젊은이들이 갈수록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모두 다 너무 외롭다. 그런데 외로우면서도 손을 내밀지 못한다. 관심받길 원하지만 상처받는 건 싫어한다. 청년들 얘기를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어떻게 이야기를 들어주나.

“주일에 하루 종일 교회에서 시간을 보낸다. 내년부턴 좀 전문적으로 하려고 한다. 일명 ‘칙앤톡’이다. ‘치킨 앤드 토크(Chicken and Talk)’의 준말이다. 전국 자취방을 돌아다니면서 2∼3명과 치킨을 먹으면서 얘기를 들어주려고 한다. 이미 치킨 비용을 후원하겠다고 한 분도 있다(웃음).”

-아주 재미있는 사역이다. 일종의 소규모 토크 콘서트인가.

“기존 토크 콘서트는 유명 인사의 ‘입’이 중심이다. 강연자가 마이크를 들고 자기 이야기를 한다. 나는 ‘귀’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한다. 청년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소도 낼 생각이다.”

그는 원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스토리 두어(Story-doer)’라고 부른다. ‘라이딩 인 아메리카’ 등 여행기 5권을 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하고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서 활동했다. 본지 등 여러 매체에 여행기를 연재하고, 교회 대학 등의 초청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현재 신학대학원 입학을 준비 중이다. 성경을 더 잘 알고 싶어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