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행복한 카페’를 아시는지. 단원구 예술대학로길에 위치한 이곳은 26㎡(약 8평) 크기의 평범한 커피숍이지만 종업원들 모습이 여타 카페와 조금 다르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이용석(21) 정연욱(20)씨가 음료를 만들고 서빙까지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행복한 카페를 찾았을 때 두 사람은 시종일관 친절하고 살뜰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손님이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우렁찬 목소리로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했다. 손님이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자 능숙하게 커피를 내렸고 설거지나 청소도 열심이었다.
행복한 카페는 안산제일교회가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안산제일복지재단이 2011년 3월 개업한 카페다. 이씨는 개업 때부터, 정씨는 이듬해 가을부터 근무했다. 이들은 재단에서 운영하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업교육 시설인 ‘행복한 학교’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뒤 이곳에 취업했다.
“3년 넘게 일했는데 아직도 신나요. 하나도 안 힘들어요. 열심히 잘하고 싶어요.”(이용석씨)
“일하는 게 정말 재밌어요. 특히 커피 만드는 게 재밌어요.”(정연욱씨)
카페를 찾는 주 고객층은 인근에 위치한 서울예술대 학생들과 안산제일교회 성도들이다. 가게엔 행복한 학교 소속 사회복지사인 이혜인(27·여)씨도 상주한다. 그는 “이씨와 정씨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어떤 깨달음을 얻는 느낌”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주일엔 손님이 정말 많아요. 힘들고 지칠 법도 한데 이 친구들은 항상 웃고 있어요. 뭐가 그렇게 즐겁냐고 물어보면 매번 답이 똑같아요. 일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고.”
장애가 있는 만큼 근무 초기엔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특히 돌발 상황이 벌어지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두 사람은 손님이 교육 과정에 없었던 ‘주문’을 하면 허둥대곤 했다. 가령 ‘휴지를 달라’는 주문 대신 ‘티슈를 달라’고 하면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은 베테랑 바리스타로 거듭났다. 개업 때부터 카페의 안착 과정을 지켜본 장윤실(28·여) 행복한 학교 기획운영팀장은 “이런 카페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끔씩 사회복지사가 자릴 비우면 두 사람이 늠름하게 가게를 지킬 때도 있는데, 그럴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이런 가게가 더 있었으면 해요.”
가게를 나설 때 행복한 카페의 노란색 간판에 눈길이 갔다. 간판 상단엔 ‘우리는 행복한 꿈을 제공한다’는 뜻의 ‘위 서브 해피 드림스(we serve happy dreams)’라는 문장이 쓰여 있었다.
안산=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커피 만드는 게 재밌어요… 행복해요”안산제일복지재단 ‘행복한 카페’
입력 2014-06-03 02:17 수정 2014-06-03 0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