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훈련을 끝낸 태극전사들이 하나둘씩 모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치료실입니다. 이곳에서 선수들은 치료나 마사지를 받으며 수다를 떱니다. 치료실은 ‘홍명보호’의 사랑방입니다.
한국축구 대표팀의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전지훈련 숙소는 어벤추라 지역에 위치한 턴베리아이슬 리조트입니다. 이 리조트 6층의 객실 2곳은 선수들의 치료실로 쓰입니다. 치료실엔 침대와 가구 대신 마사지 테이블이 2개 있습니다.
선수들은 저녁을 먹은 뒤 오후 8시부터 치료실을 찾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게 됩니다. 어떤 선수는 자기 여자친구 자랑을 잔뜩 늘어놓습니다. 아이가 있는 유부남 선수들은 아이 키우는 이야기로 시간이 가는 줄 모릅니다. 그러면서 아직 결혼을 안 한 동료들에게 “빨리 장가를 가는 게 좋을 것”이라며 약을 올리기도 합니다.
선수들은 치료실에서 TV를 보기도 합니다. 독일파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가 가져온 TV패드는 인기가 최고입니다. 해외에서 실시간으로 한국의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TV패드 덕분에 선수들은 옹기종기 모여 한국에서 중계한 알제리와 아르메니아의 평가전을 지켜봤습니다. 수비수 황석호(25·산프레체 히로시마)는 “홍정호가 가져온 기계가 아주 유용하다”며 탐내는 눈치입니다.
그럼 ‘홍명보호 사랑방’을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선수는 누구일까요? 대한축구협회 홍보팀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 볼까요? “박주영(29·아스날)은 후배들과 얘기는 물론 농담도 잘해요. 구자철(25·마인츠)은 엄마처럼 후배들을 잘 챙겨 줘요. 다만 잔소리가 심한 게 흠이죠.”
치료실은 밤 11시까지 북적입니다. 23명의 선수들은 평균 이틀에 한 번 꼴로 마사지를 받습니다. 선수들은 황인우(41) 의무팀장을 비롯한 4명의 지원스태프에게서 마사지를 받으면 피로가 싹 가신다고 합니다. 물론 부상 중인 선수들은 더욱 극진한 보살핌을 받습니다.
2일(한국시간)엔 골키퍼들이 가장 먼저 치료실로 달려갔습니다. 스킬볼(Skill Ball)과 한판 씨름을 했으니까요. 정성룡(29·수원)과 김승규(24·울산), 이범영(25·부산)은 이날 김봉수 골키퍼 코치가 날리는 스킬볼을 막느라 녹초가 됐습니다. 스킬볼은 선수들이 기본기 훈련에 사용하는 가장 작은 사이즈의 1호공으로, 핸드볼 공보다 더 작습니다. 크기가 작아 다루기가 힘들고 공을 차면 일반 축구공보다 더 빨리 날아갑니다. 김 코치는 2012 런던올림픽 당시에도 스킬볼을 사용해 골키퍼들을 지도한 적이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브라질월드컵 공인구인 브라주카는 슈팅을 한 후 10∼20m 구간에서의 속도가 남아공월드컵 공인구인 자블라니보다 더욱 빨라졌다”며 “우리 골키퍼들이 스킬볼로 훈련을 해 적응을 한다면 브라주카를 쉽게 다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정성룡은 스킬볼 훈련을 마친 뒤 “작은 공을 보다 큰 공을 보면 더 잘 보이는 것 같다”며 “런던올림픽 때 이미 효과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이애미=김태현 기자
치료실은 사랑방… 박주영·구자철 ‘분위기 메이커’
입력 2014-06-03 01:37 수정 2014-06-03 0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