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카에서 시작된 협력의 불꽃이 양국의 미래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지난달 20일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10시간 남짓 거리인 UAE 아부다비에서 바라카 원전 1호기 원자로 설치 행사가 진행됐다. 이를 기념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원자로 벽면에 남긴 문구다. 그 문구처럼 양국 관계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 1970∼80년대만해도 우리나라는 지금의 UAE와 같이 원전을 해외에서 들여올 수밖에 없던 처지였다. 우리가 직접 만든 원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특히 원전의 핵심인 원자로는 미국이나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여겼었다.
하지만 3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 원자로가 국내를 넘어 세계무대에 데뷔하게 된 것이다. 33년간 오직 원자력계에만 몸담아 온 필자로서는 그 기쁨과 의미가 남달랐다.
현재 우리나라는 제2, 제3의 바라카 원전을 위해 핀란드 베트남 사우디 등에서 수주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박 대통령의 UAE 방문은 매우 시의적절했다. 우리 원전에 대한 전 세계적인 홍보 효과도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 원전 수주에 임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모습은 매우 바람직하다.
다만 정부의 전략에 한 가지 덧붙이고자 한다. 고위급 외교와 함께 보다 근본적인 홍보 전략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외 원전 관련 정책자와 전문가들에게 우리 원전의 우수성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것은 어떨까. 원전 도입국의 정책 결정자나 전문가가 우리 원전에 긍정적인 인식과 함께 그 우수성도 잘 알고 있다면 이보다 좋은 수주 전략이 있을까.
필자가 재직 중인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는 글로벌 원전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곳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17개국 61명의 학생이 교육 중인데, 주로 에너지 관련 분야 정부와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학생이다.
학생들은 한국형 원전을 중심으로 원전 정책, 실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졸업 후에는 한국형 원전 도입과 운영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큰, 잠재적인 한국형 원전의 홍보대사들이다. 원전 도입국 인력을 한국형 원전 전문가로 양성하고 있는 새로운 수출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다.
세월호 참사로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였지만 박 대통령의 UAE 방문은 한국의 원전 근로자들, 정책자들 그리고 교육 관계자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원전 수출에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UAE를 넘어 원전 도입을 구상 중인 나라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특히 UAE에 인접해 있는 사우디에서의 관심은 각별했을 것이다.
사우디는 2032년까지 12∼16기 규모의 대규모 원전 도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는 원자력 연구단지, 원자력 학교 등을 설립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원전의 도입과 자립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 인력 양성이 중요함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KINGS도 사우디 원전 수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사우디와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며, 7월 중 본격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 원전에 대해 수주 전략을 다양하게 전개할 필요가 있다. 상대국의 정책 결정자를, 전문가를, 더 나아가 국민들을 우리 쪽으로 끌어당기는 전략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상대국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속한 교육계도 국가 프로젝트인 원전 수출에 일조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적극 노력할 계획이다. 이러한 것들이 씨앗이 되어 향후 UAE에 이어 사우디에서도 한국 원전의 모래열풍이 불어오길 기대한다.
박군철 KINGS 총장
[기고-박군철] UAE發 한국원전 열풍
입력 2014-06-03 02:33 수정 2014-06-03 0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