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감 선거 막판에 불거진 고승덕 후보의 가족사가 변수로 떠올랐다. 고 후보는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다. 그러나 맏딸 희경(27)씨가 "자녀를 돌보지 않은 고 후보는 서울시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글을 31일 페이스북에 올린 뒤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이 글이 상당한 파장을 낳자 고 후보는 1일 기자회견을 갖고 해명에 나섰다. 그는 "딸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라면서도 "저의 자녀를 이용해 저를 후보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공작정치에는 맞서겠다"고 말했다. 고 후보는 딸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문자도 공개했다.
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희경씨의 글은 고 후보의 지지층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고 후보에 실망한 표가 보수 성향의 문용린 후보에게 쏠릴지, 진보 성향의 조희연 후보에게 옮겨갈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조심스러운 전망이다.
고시 3관왕과 판사, 국회의원 등 화려한 이력의 고 후보가 보수층 못지않게 진보 성향의 젊은 층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고 후보의 가족사가 선거 쟁점으로 떠오르자 그의 자질론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일부 동정론도 있다.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전 처가인 고(故)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 일가와, 자신의 경쟁자인 문용린 후보가 공작 정치를 펴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날 고 후보의 장녀 희경씨의 폭로는 이런 공작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고 후보는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3가에 마련된 선거 캠프에서 희경씨의 주장을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 후보는 “며칠 전에도 딸과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눴다”며 내용을 공개했다(사진). “인터넷과 전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 후보가 저와 제 남동생에게 단 한번도 연락하거나 어찌 지내는지 물어본 적 없다”는 희경씨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다. 이어 “딸이 한국의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저는 학부모 행사에도 참석했고, 아이들이 몇 년에 한번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만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의 딸이 어떠한 마음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는지 소상히 알아보겠다”며 “그 아이가 가졌을 저에 대한 미움에 대해서도 제 잘못임을 인정하며, 딸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고 후보는 희경씨 대신 전처와 문 후보에게 날을 세웠다. 그는 “(자신은) 재력과 권력을 가진 집안의 딸에게 자식의 양육권을 빼앗긴 아버지”라면서 “한국에서 자녀를 키울 것을 고집하는 촌놈이었다. 박태준 일가에 미움을 받게 된 이유는 나이든 부모가 있는 한국에서 살기를 원해 영주권을 뿌리치고 귀국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 후보와 박태준 일가가 야합했다는 주장도 폈다. 고 후보는 “문 후보를 추대한 교육감 추대회의 실무 책임자인 이희범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 사무총장이 ‘고승덕은 큰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절대로 (교육감이) 안 됩니다’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 후보와 박태준 회장이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같은 시기에 교육부 장관과 총리로 재임했으며, 박 회장 사망 시 문 후보가 장례위원을 맡았고 박 회장 아들인 박모씨와 문 후보가 2012년부터 1년 동안 포스코 청암재단 이사로 함께 재직한 사실 등을 거론하며 양측의 결탁 의혹을 제기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서울시교육감 막판 변수-고후보 사퇴는 없다]“힘센 집안에 자식 양육권 빼앗긴 아버지”
입력 2014-06-02 05:08